ㆍ‘필레’ 태양광 모자란 그늘에 착륙… 배터리 방전돼

“조금 피곤하네요. 제 데이터는 받았나요? 전 한숨 잘게요.”

유럽우주국(ESA)은 지난 15일 사상 첫 혜성 착륙에 성공한 탐사로봇 필레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 이 같은 메시지를 남기고, 필레가 긴 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혜성 착륙 후 태양광 충전을 받지 못한 채 기존 배터리를 전부 소진해 활동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레는 휴면을 앞두고 혜성 연구 정보를 수집·전송하는 데 성공하며 무사히 1차 임무를 마쳤다.



필레와의 교신이 끊긴 것은 이날 0시36분(세계표준시)부터다. 지난 12일 필레가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이하 67P)에 착륙한 지 약 57시간 만이다. ESA는 이후 오전 10시 다시 필레와의 교신을 시도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당초 필레는 태양광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평지인 ‘아질키아’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반동 엔진과 작살이 착륙 때 작동하지 않으며 혜성 표면 위에서 두 차례 튀어올랐다. 결국 착륙 목표지점에서 1㎞ 이상 떨어진 곳에 내려앉았다. 그러나 그곳은 바로 옆 절벽 때문에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필레는 67P 자전주기인 12시간 중 1시간30분밖에는 태양광을 받을 수 없었다.

착륙 당시 필레에는 60시간가량 활동할 만한 연료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필레는 태양광을 확보하기 위해 4㎝가량 움직였으나 충분한 태양광을 얻을 수 없었다. ESA 측은 현재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필레가 내년 8월 지구 궤도에 근접하게 되면 태양광 공급이 원활해져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필레는 짧은 시간 동안 연구에 필요한 자료들을 수집해 지구에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필레는 67P의 표면 25㎝를 뚫어 혜성 표면을 촬영한 뒤 성분을 채취해 분석했다. 혜성 핵과 관련된 정보도 수집했다. 이 정보들은 탐사선 로제타호를 거쳐 ESA에 전송됐다. ESA의 필레 연구책임자인 스테판 울라멕은 “(필레는) 굉장히 어려운 환경에서 활동했다. 우리는 필레가 보내온 성과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혜성이 간직한 정보들은 45억여년 전 지구 탄생 때와 거의 유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이 정보들을 분석하기 시작했고, 이 내용을 다음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미국 지구물리학회 콘퍼런스에서 최초로 발표할 예정이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