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직장인 ㄱ씨는 최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코레일톡을 이용해 기차표를 예매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간 기차편을 이용한 출장이 잦아 빠르고 간편하게 기차표를 예매할 수 있는 코레일톡을 애용해왔는데, 업그레이드된 코레일톡을 쓰는데 불편을 겪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 새로운 버전의 앱을 설치하면서 ㄱ씨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회원정보부터 다시 입력해야 했다. 보통 스마트폰 앱을 업그레이드 하면서는 기존에 입력한 정보가 그대로 연동·저장되기 때문에 잘 겪지 않는 절차다. 그런데 지난 14일 출시된 ‘코레일톡 4.0’은 기존 버전의 코레일톡 앱을 삭제하고 새로운 앱을 설치하도록 돼 있다. 때문에 전에 입력한 회원정보가 모두 사라져 다시 입력해야 했다. 문제는 코레일 회원은 아이디를 만들 수가 없고 10자리 회원번호를 코레일로부터 부여받는다는 점이다. ㄱ씨는 다행히 스마트폰에 회원번호를 메모해 두었지만, 스스로 만들지 않은 회원번호라 기억하지 못하는 회원들이 많다. 회원번호를 확인하려면 코레일에 1544-7788로 전화를 건 뒤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치는 수고를 겪어야 한다.




간신히 회원정보를 입력하고 기차표를 예매했지만, 이번에는 예매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승차권확인’ 버튼을 눌러 예매 여부를 확인하려고 했지만 오류 메시지가 뜨며 앱 실행이 멈춘 것이다. 몇 차례 같은 현상이 일어나자 ㄱ씨는 설치했던 앱을 지웠다가 다시 설치했다. 그러나 재설치 후에도 오류는 반복됐다. 다행히 ㄱ씨가 예매한 탑승권은 정상적으로 예매 처리됐음을 탑승 후에 알게 됐다. 하지만 어떤 이용객들은 예매 여부를 알 수 없어, 탑승권을 여러 장 예매한 뒤 실제 탑승한 기차편을 제외하고 환불하려고 했다. 이들 중에는 앱 오류로 여러 장 사둔 탑승권 가격을 환불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

며칠 뒤 ㄱ씨는 ‘코레일톡 4.0’은 재차 업그레이드한 4.1버전의 ‘코레일톡’을 설치했다. 4.0버전 만큼 잦은 오류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불편은 여전했다. 이번에도 기존 앱을 그대로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앱을 삭제하고 다시 설치하는 식이라 회원정보를 다시 입력해야 했다. 문제는 ‘신용카드’ 정보와 ‘자주찾는 구간’ 정보 역시 다 지워졌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정보를 미리 입력할 수 있다는 점이 코레일톡의 장점이었다. 예매할 때마다 이용 구간·신용카드 번호 16자리를 일일이 입력할 필요가 없어 이동 중에도 탑승권을 예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ㄱ씨는 급하게 승차권을 예매하려다 입력해두었던 정보가 다시 사라졌음을 알고, 신용카드를 열어 허겁지겁 카드 번호 16자리를 입력해야 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코레일톡 4.0 앱 사용자들이 남긴 불만 글들.



불편 사항에 대해 문의하자 코레일 관계자는 “앱을 새로 만들면서 시스템을 교체했는데 그 과정에서 혼란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앱을 제거하고 새 앱을 설치하면 사용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4.0버전이 출시된지 2주가 다 돼가는 27일에도 온라인상에는 새 앱에 대한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앱을 다운받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페이지에는 기존 앱에 입력한 회원번호가 연동되지 않아 다시 입력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제일 많지만, “앱이 실행중지 된다” “기존 앱보다 복잡하다” “쿠폰을 통해 할인 적용을 했는데 할인 전 금액으로 결제됐다” 등 다양한 불만들이 쏟아져 나왔다. 앱에 별점으로 평점을 매기는 공간에는 “별을 0개 주고 싶은데, 1개 이하로는 주지 못하도록 돼 있어서 1개를 준다”는 글들도 적잖이 눈에 띈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코레일톡 4.0 앱 사용자들이 남긴 불만 글들.



아이폰 사용자들이 앱을 다운받는 ‘애플 앱스토어’에도 새로운 코레일톡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다. “이 앱을 쓰느니 역에서 티켓을 뽑는게 편하겠다” “광고는 열심히 하지만 사용자 편의성이 고려가 안됐다”는 글이 줄을 이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을 가리지 않고 제기되는 문제는 최신 버전 OS가 아니면 코레일톡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iOS(아이폰 운영체제)는 7.0 이하에서는 사용할 수 없으며, 안드로이드도 4.0 이상에서 구동해야 안정적인 사용이 가능하다고 코레일은 설명했다. 때문에 비교적 오래 전에 구매한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앱을 사용하기 위해 스마트폰 OS도 함께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

코레일톡이 기차 승차권을 예매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공공 모바일 서비스나 다름없다는 데서 이용객들의 불만은 더 거세다. 코레일톡은 지난 4월 안전행정부가 실시한 ‘공공 모바일 서비스 이용현황조사’에서 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교통정보 앱과 함께 인기 앱 1위로 선정됐다. 사실상 코레일이 해당 서비스를 독점한 셈이고 국가 예산을 바탕으로 앱을 개발했을텐데도 성능이 좋지 않은 것이다. 한 아이폰 사용자는 “국가 서비스가 사설 기업이나 은행만도 못하다”고 비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