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5일, 크리스마스가 끝나면 연말도 지나게 됩니다. 산타 할아버지로부터 선물을 받는 것처럼 올해 11~12월에는 여러 대형 공사계획들이 발표됐습니다. 연말 선물처럼 각 지역에 쏟아진 장밋빛 계획들은 연말과 내년 총선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기도 합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지방자치단체는 지자체대로 주민들에게 ‘연말 성과’를,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나름대로 ‘임기 말 성과’를 내놓을 수 있는 시기니까요. 사회간접자본(SOC)을 비롯한 대규모 공사·사업 계획들이 올해 말에 얼마나 발표됐는지 정리해 봤습니다.

■11월10일, 제주 제2공항






정부는 2025년까지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제주 제2공항’을 건립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제주공항에는 국내뿐 아니라 중국 등 해외에서 관광객이 몰리고 있는데, 현재 제주공항 규모로는 수용하기가 어렵고 2018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정부는 사전 타당성 조사 결과 성산읍 일대를 적기로 보고 이곳에 건립을 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전 타당성 조사 보고서가 최종 발표되기 한달 전쯤이었습니다. 공사비는 약 4조1000억원으로 예상되며, 제주도는 내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 한 뒤 공항 건설 기본계획, 실시계획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원희룡 제주 지사는 정부가 당초 발표한 2025년보다 2년을 앞당긴 2023년에 공항을 개항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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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9일, 서울~세종 고속도로




서울~세종 사이에 총 연장 129㎞ 고속도로를 2025년 개통한다는 계획입니다. 경부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교통량들을 분산하겠다는 의도로, 당초 ‘제2경부고속도로’로도 알려진 사업입니다. 다만 종착지가 세종시이고, 부산까지는 연결하지 않으므로 ‘서울~세종 고속도로’가 맞다는 설명입니다. 한동안 보지 못했던 대형 고속도로 건설 사업으로, 사업비가 총 6조7000억원에 이릅니다. ‘4대강 이후 최대 SOC 사업’이라는 별칭도 붙었습니다. 다만 건설비용 5조3000억원은 민간이 부담하는 ‘민자사업’으로 수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서울~안성 구간이 2022년, 안성~세종 구간이 2025년 개통될 계획입니다. 통행료는 정부가 국비로 건설한 재정 고속도로의 1.2배 수준이 될 것으로 국토교통부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사업은 충북 지역에는 다소 슬픈 소식이었습니다. 충북 지역은 서울~세종 고속도로 대신 중부고속도로 충북 구간 확장을 요구해왔습니다. 이 사업도 사업비가 적지 않아, 서울~세종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교통 원활화’ 명분을 잃게될 수 있습니다. 서울~세종 고속도로로 교통량이 분산될 것이기 때문에 확장 필요성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정부는 서울~세종 고속도로 개통 계획을 발표하며 중부 고속도 확장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충북 지역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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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일, 월곶~판교, 여주~원주 철도 건설 추진.




항공, 도로에 이어 이번에는 철도입니다. 총연장 39.4㎞의 월곶~판교 복선전철은 사업비 총 2조1122억원을, 20.9㎞의 여주~원주 단선전철은 사업비 총 5001억원을 들여 신설하기로 한 것입니다. 개통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사업은 인천에서 강원도 강릉을 잇는 간선 철도망의 일부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 두 노선이 연결되면 인천에서 월곶~판교~여주~원주~강릉을 잇는 철도망이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송도에서 강릉까지, 서해안에서 동해안까지 채 2시간도 걸리지 않아 도착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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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3일, 울릉공항·흑산공항

울릉공항 평면도 (자료 : 국토교통부)


흑산공항 평면도 (자료 : 국토교통부)


육지에 이어 섬에도 소형 여객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공항을 짓겠다는 소식입니다. 울릉도에는 2021년,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는 2020년까지 공항을 개항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됐습니다. 이미 예비타당성 조사는 2013년에 통과를 한 상태인데, 공항 개발 기본 계획 고시 시기가 각각 올해 말, 내년 초였던 것이죠. 울릉공항에는 사업비 5805억원, 흑산공항에는 1835억이 투입됩니다. 파고가 높게 치면 배로 접근할 수가 없었던 두 섬에 새로운 접근 수단을 마련한다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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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한국수자원공사가 조성한 경기 화성시 송산그린시티에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들어설 전망입니다. 투자·사업 컨소시엄인 유니버설스튜디오코리아(USK) 컨소시엄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지정됐는데, 수자원공사는 협상 타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총 사업비는 3조3000억원입니다. 국비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의 기대감이 큰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12월22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에서 열린 브리핑에 채인석 화성시장이 동승한 것이 상징적인데요. 채 시장은 테마파크에 “외국계 카지노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도 적극적으로 할 정도로 송산그린시티 사업에 강한 애착을 보였습니다.

12월17일에는 별내선 복선전철 기공식이 열렸습니다. 서울지하철 8호선과 연결될 총연장 12.9㎞의 별내선이 2022년 완공되면 서울 잠실에서 남양주 별내까지 27분만에 이동할 수 있게된다고 합니다. 12월22일에는 광주~대구 고속도로가 확장 개통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개통식에 참석할 정도로 관심도가 높은 행사였습니다. 사고가 많기로 악명이 높은 ‘구 88고속도로’의 2차로 구간을 4차로로 늘렸다는 점, 영·호남의 화합을 상징한다는 점 때문이겠지요. 다만 이 두 행사는 건설계획이 아닌 착공·개통 행사라 앞서 소개했던 대규모 건설 계획 발표와는 결이 다르긴 합니다. 다만 지역에서 큰 관심을 보이는 SOC였다는 것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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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광주와 대구를 연결하는 옛 88올림픽고속도로가 4차로로 확장 개통됐다. ‘광주-대구 고속도로’로 이름 붙여진 143㎞의 이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광주에서 대구까지 1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다. 사진은 개통 하루전인 지난 21일 상공에서 본 전북 남원시 대강면 인근 4차로로 확장 된 고속도로 모습. 광주전남사진기자단


■왜 지금일까

정부는 이같은 SOC 관련 발표 때마다 ‘총선용이 아니’라고 답합니다. 사업발표에 앞서 필요한 행정적인 절차가 공교롭게 연말에 앞서 끝났을 뿐, 총선을 염두에 두고 일부러 발표 시점을 연말로 맞춘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별내선 착공, 광주~대구 고속도로 개통 같은 착공·개통 행사는 이미 계획이 발표된 마당에 굳이 시기를 늦출 필요는 없었을테니 설득력이 있습니다. 12월에는 국민들에게 ‘인기 없는 정책’인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이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내년도 예산이 연말에 확정된다는 점도 발표가 건설 계획 발표가 연말에 몰리는 이유 중 하나로 들 수는 있습니다. 다만 울릉공항·흑산공항은 예비타당성 조사가 2013년에 끝난 가운데 발표가 됐고, 제주 제2공항은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 보고서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발표를 했습니다. 보고서가 공식적으로 나올 때까지 발표를 늦췄어도 될 것을 앞당겨 보고한 데 대한 의문도 제기됐습니다. 사업 별로 각자 진행중인 절차가 다른데 발표 시기만 맞아 떨어진 것이지요.

정부뿐 아니라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인들이 지역 사업을 유치·발표하려고 애를 씁니다. SOC 사업은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기 좋은 사업입니다. 도로나 공항, 철도·철도역 등 지역에 눈에 보이는 변화를 가져다주기 때문에 자신이나 당의 성과를 보여주기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죠. 역이나 분기점 주변 지역에는 건설 계획만 발표돼도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기 때문에 땅값이 오릅니다. 지역 주민들의 편의가 증진될 수 있다는 명분도 확실한 편입니다.

내년 예정된 총선이라면 지역 주민들에게 성과를 집중적으로 홍보해야할 시기이기도 합니다. 성과를 내야한다는 의원들의 요구가 몰리면 총선을 앞둔 시점에 대규모 건설 계획 발표가 나올 법 합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