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최종 결과 20~22일 발표

월드컵 중계방송을 보느라 아침잠을 거른 사람들이 9일 오전 7시부터 투표소 앞에 줄을 섰다. 소셜미디어에는 투표를 인증하는 보라색 도장이 묻은 손가락 사진들이 올랐다. 인도와 미국에 이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유권자 수가 많은 민주주의 국가 인도네시아에서 9일 대선이 치러졌다. 수하르토가 32년을 독재했고, 이후에도 군부·엘리트 정치인들이 득세했던 인도네시아는 사상 처음 직선에 의한 정권교체를 앞두고 있다.

투표하는 파푸아인 인도네시아 동부 파푸아주 자야푸라의 투표소에서 9일 전통의상을 입은 파푸아인들이 대선 투표를 하고 있다. 자야푸라 | AFP연합뉴스


특히 이번 대선에서 ‘인도네시아의 오바마’로 불리는 조코 위도도 투쟁민주당 후보(53) 당선이 유력시되면서 변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위도도는 경쟁자인 대인도네시아운동당(그린드라당)의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62)를 5%포인트가량 앞선 것으로 보인다. 일간 콤파스와 자카르타 국제전략문제연구소, SMRC 등 여러 기관의 표본개표에서 위도도의 예상 득표율은 약 52%, 프라보워는 47% 정도로 집계됐다. 표본개표는 조사기관이 선거관리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표본투표소 2000여곳의 투표함을 개봉하는 방식으로, 출구조사보다 신뢰도가 훨씬 높다.

조코 위도도

위도도는 당선이 거의 확실해지자 기자회견을 열고 “이것은 국민들의 뜻”이라며 대선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모든 정당들은 국민들의 순수한 열망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현지 안타라통신은 전했다. 기존 정당들이 수하르토의 사위인 프라보워 지지를 선언했던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러닝메이트로 나선 유숩 칼라 부통령 후보는 “젊은 세대의 도움이 없었으면 이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도도를 지원해온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대통령은 감정이 복받쳐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가구판매상 출신으로 중소 도시 수라카르타(솔로)의 시장을 거쳐 자카르타 주지사를 지낸 위도도는 정치권의 부패와 관료주의에 신물난 국민들의 마음을 파고들었고, ‘조코위’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선거전 막판에는 조직력과 자금력을 내세운 프라보워의 도전에 부딪쳐 지지율 차가 한 자릿수로 줄었다. 프라보워 측은 표본개표 결과가 나온 뒤에도 “자체 집계로는 우리가 이긴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기득권 집단인 프라보워 측이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헌법재판소로까지 끌고가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양측 지지자들의 충돌이 우려되자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은 “선거결과가 공식 발표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양측에 자제를 당부했다. 선거결과는 20~22일 공식 발표된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