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산체스 취임… 교사로 일하다 반군 사령관으로 유명해져

중남미에서 게릴라 출신 국가 지도자가 한 명 더 탄생했다. 

중미 엘살바도르의 첫 게릴라 출신 대통령 살바도르 산체스 세렌(69)이 1일 취임했다. AP통신은 시골 마을 교사 출신으로 게릴라 사령관을 거쳐 대통령에 이른 산체스의 인생역정을 전했다. 산체스는 1944년 목수인 아버지와 시장 상인인 어머니 사이의 12남매 중 아홉째로 태어났다. 집안이 유복하지 못했던 탓에 산체스는 학교에 다니면서 아버지의 목수 일을 도왔다. 어려서부터 빈곤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 1963년 교사가 됐다. 하지만 가난한 농촌 학생들이 학교를 포기하는 걸 지켜보면서 열악한 농촌의 교육현실을 목도해야 했다. 산체스는 1965년 교원노조인 전국살바도르교사협회 설립을 주도했고, 노조를 이끌며 정부를 상대로 교육투자와 기초교육 보장을 요구하는 싸움을 시작했다.

여유 살바도르 산체스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1일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산살바도르 | 신화연합뉴스


하지만 현실은 교사인 그를 학교에 머물게 놓아두지 않았다. 1979년 군부가 시위대를 유혈진압하고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내전이 시작됐다. 산체스는 반정부군 조직인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FMLN)’의 투쟁에 뛰어들었다. 12년 넘게 이어진 내전 기간 그는 본명 대신 ‘리오넬 곤살레스 사령관’이라는 이름의 게릴라 지도자로 명성을 얻었다.

7만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내전은 1992년에야 끝났다. 산체스는 반정부군을 대표해 정부와의 평화협상을 주도했으며 마침내 그해 평화협정이 체결됐다. 이후 FMLN은 정당으로 변신했고, 산체스는 게릴라 사령관이 아닌 ‘평화의 중재자’로 정계에 진출했다. FMLN은 2009년 마우리시오 푸네스 대통령을 당선시키면서 집권여당이 됐다. 3선 의원인 산체스는 푸네스 집권 기간 부통령을 지냈으며 지난 3월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했다. 산체스는 역시 게릴라 출신이면서 반부패·검소함으로 유명한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체스는 1일 취임식에서 치안·빈곤 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대통령 직속 반부패사무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