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의 국제공항을 점령한 민병대가 트리폴리의 미국 대사관 단지와 정부 건물들을 점령했다고 1일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리비아 과도정부는 1일 “트리폴리에 있는 정부 건물들이 이슬람 민병대에 점령당했다. 민병대는 정부 공무원들의 진입을 통제·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도정부는 현재 트리폴리 이외 지역으로 흩어진 채 정부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도정부는 이슬람 근본주의세력이 장악한 제헌의회(GNC)가 지난달 25일 정부 해산을 의결하는 등 이미 힘을 잃은 상태다.

리비아는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축출 후 민병대들의 세력다툼과 무력 충돌로 혼란 상태다. 리비아 정부군과 경찰은 사실상 통제력을 상실했다. 지난달 말부터는 수도 트리폴리에서 전략적 요충지인 국제공항을 사이에 두고 세속주의-이슬람 민병대간 교전이 벌어졌다. 결국 이슬람 민병대인 ‘파즈르 리비아(리비아의 여명)’가 23일 세속주의 진탄 민병대를 몰아내고 공항을 점령했다.

한편 민병대 ‘파즈르 리비아(리비아의 여명)’ 사령관 무사 아부-자키아는 지난달 31일 AP통신에 “민병대가 국제공항 점령 다음날인 지난달 24일부터 미국 대사관 단지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아부-자키아는 그동안 세속주의 ‘진탄 민병대’가 대사관 단지를 장악하고 있었으며, 파즈르 리비아는 치안 유지를 위해 대사관을 지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비아 이슬람 민병대 ‘파즈르 리비아’ 조직원이 미국 대사관 단지 점령을 자축하며 단지 내 수영장에서 다이빙을 하고 있다 .  | 데일리메일·유튜브 캡처 (http://www.dailymail.co.uk/news/article-2739064/Militia-says-secured-US-compound-Libya.html)



몰타에 대피한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 데보라 존스는 아직 대사관 단지에 약탈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미 국무부는 지난 7월27일 리비아 내 민병대 간의 무력 충돌이 거세지자 대사관 직원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 AP통신도 단지 내에 로켓포 공격 흔적들이 남아 있긴 하지만 시설물들은 대부분 훼손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파즈르 리비아는 “진탄 민병대를 몰아내는 과정에서 약간의 교전이 있었지만 피해규모는 크지 않았다”며 “우리는 이 지역과 대사관의 자산을 보호하고 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슬람 민병대가 단지 내 수영장에서 대사관 점령을 자축하는 듯 수영·다이빙을 하는 사진과 영상이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돼, 사실상 민병대가 미 대사관을 점령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