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24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인근 사바르에 있는 8층짜리 건물 라나플라자가 무너졌다. 5월13일까지 사망자 수색 작업이 진행됐다. 사망자 1129명, 부상자 약 2500명. 


라나플라자 내부엔 아파트, 은행, 기타 여러 상점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의류공장이었다. 다른 상점들이 비교적 낮은 층에 있어 건물에 균열이 발견된 즉시 폐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장은 건물에 생긴 균열과 때문에 발생한 경고를 무시한 채 운영됐다. 근로자들은 다음 날에도 공장에 출근했고, 출근 시간대에 역사상 최악의 의류공장 사고가 벌어지고 말았다.



라나플라자 내부에는 총 5000명이 일할 수 있는 의류공장이 있었다. 그 안에는 세계 유명 브랜드로 납품업체들의 공장이 있었다. 베네통, 프라이마크, 월마트, 망고, Bonmarche, the Children's Place, El Corte Ingles, Joe Fresh, Matalan 등 (영문으로 표기한 건 모르는 브랜드들, 의류에 문외한임;)



애초에 건물자체는 공장을 위해 지어진 것이 아니다. 방글라데시 소방·민방위 당국은 위에 4개층은 불법 증축됐다고 밝혔다. 상점을 위해 지어진 건물에 대형 기계들이 들어서 공장을 차렸으니 건물이 불안한 건 당연했다. 균열이 생긴 뒤 조사단은 폐쇄와 대피를 요구했다. 하지만 의류 공장 윗선에서는 이를 무시하고 출근을 종용했다.


 24일 오전9시. 지진을 연상케하며, 건물이 무너진 시간이다. 방글라데시 의류생산·수출업자 협회에선 3122명이 붕괴당시 빌딩에 있다고 밝혔다. 유엔이 나서서 전문 구조요원을 보내라고 했으나 다카 당국이 이를 거절했다. 



희생자중 여성이 절반을 넘었다. 빌딩 내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긴 이들도 있었다. 경찰, 소방, 육군에 특수기동경찰대(RAB)까지 구조작업에 투입됐다. 다음날인 25일은 국가차원에서의 애도의 날이었다. 5월10일에는 붕괴 17일만에 레쉬마라는 여성이 돌무더기 아래 산 채로 발견되기도 했다. 



 * 후속조치들


- 공장 소유주 5명이 체포됐다. 건물을 소유한 소헬 라나는 도주했지만 28일 인도국경지역에서 체포됐다. 붕괴 이틀 뒤, 주변 치타공과 가지푸르 지역 의류공장 근로자들이 시위를 벌였다. 이튿날 좌파정당 BNP가 이끄는18개당 연합이 붕괴 혐의자들의 체포와 재판을 촉구했다. 공장 시설 점검을 위한 위원회 구성도 요구했다. 


-5월1일 노동절을 맞아서는 더 나은 근로환경과 라나플라자 소유주의 사형을 요구하는 행진에 수천명이 참가했다. 일주일 뒤에는 생존자 수백명을 중심으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지역 정부가 수용하며 이어지던 시위는 일단락됐다. 이윽고 다카에 16개, 치타공에 2군데 공장이 문을 닫았다. 안전 강화를 위한 조치였다.


- 그러나 6월5일, 생존자들과 가족들이 다시 시위를 벌였다. 방글라데시 의류생산수출자협회와 정부가 약속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경찰은 시위대에 발포했다. 22일에는 경찰이 쏜 고무탄과 최루가스에 시위에 참여한 50명이 다쳤다. 이 때 최저임금 100달러 인상안이 나왔다.



-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해 영국 등에서 라나플라자 참사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다. 당시 38유로라는 월급과 나아지지 않은 근로 환경들이 문제로 지적됐다. 교황은 의류근로자들의 노동을 '노예(slavery)'라 표현했다.


- 휴먼라이츠워치 등 인권단체, 인더스트리올 등 국제 노동단체들도 이에 대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다. 인더스트리올은 방글라데시 노조들이 노동법준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온라인 캠페인을 벌였다. 4월27일에는 영국 런던에 있는 프리마크 매장에서 시위가 있었다. 


- 의류 브랜드들과 NGO들이 공장 및 건물 안전에 대한 새로운 합의안을 만들었다. 5월16일까지 서명 기한을 뒀고, 캘빈 클라인 등 몇 업체가 서명했다. 월마트는 서명을 미루다 2년 내로 방글라데시 내 공장 안전을 향상시키기로 합의했다. 7월에는 월마트, 갭, 타겟 등 미국 업체들이 방글라데시 내 공장 안전 향상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법적 효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 아메리칸 어패럴 최고경영자(CEO) 도브 차니는 개도국 의류노동자들에 대한 대우는 "노예노동"이라고 일컬었다. 차니는 "글로벌 의류 노동자 최소 임금"이 상세하게 논의돼야 하며, 의류업계 상업 활동의 내부 구조가 위험한 공장 환경을 자초하는 것 아니냐며 전향적 의견을 냈다.



- 현재 의류업체들이 기부하고 ILO가 집행할 '라나 플라자 신탁 기금'이 마련되고 있다. 피해자와 가족들 보상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4000만달러가 보상에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3월24일 현재 약정한 금액까지 합치면 700만달러가 확보된 상태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