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턴의 집들은 나무 사이에 숨어 있다. 길은 손금처럼 방향성을 알 수 없게 여기저기로 나 있다. 숲속 공원 같기도 하고 동화 속 마을 같기도 한 이 자전거 도시는 누가 만들었을까.

지난 1월15일 하우턴 시 도시계획 담당자 안드레 보터만스를 만나 물었다. 그는 “도시계획에서는 교통, 건축, 공공공간에 어떻게 철학을 반영할지 고민한다”며 말을 꺼냈다. 1960년대에는 크고 높은 건물, 자동차와 대형 주차장이 공간에 대한 의식을 지배했다. 70년대에 그에 대한 ‘반란’이 일어났다. 시민들은 거리에서 차 대신 아이들이 놀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주민들, 도시계획가들이 하우턴에 모여 이런 시대적 요구와 이상을 현실로 만든 겁니다.”

하우턴 지도 _ 위키피디아


무엇보다 주민들은 도시가 커지거나 위트레흐트 같은 대도시에 흡수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도시 경계에 링로드를 만든 것은 확장을 막기 위해서였다. “격자 모양이 아닌 구불구불한 길을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도시는 살아 있는 생물입니다. 놀이처럼 즐기며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려 했던 반세기 전 도시계획이 실현된 셈입니다.”

마침 당시에는 녹색정책이 힘을 얻고 있었고, 녹색당의 발언권도 컸다.

그렇다고 모든 과정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몇몇 정책은 50년이 지나서야 완성됐어요. 세계에서 하우턴을 보러온 이들에게 저는 ‘기다리라’고 조언합니다. 10년도 짧을 수 있어요.” 하우턴은 모든 기능을 곳곳에 분산시켜 학교와 직장과 상점이 모두 자전거로 갈 만한 거리에 있게 했다. 자전거 길만 잘 닦는다고 될 일은 아닌 셈이다.

서울도 자전거 천국이 될 수 있을까. 보터만스도 “이 실험을 대도시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하우턴이 날개 한쪽만 있을 때는 주민 이동수단 중 43%가 자전거였지만, 한쪽 더 확장되면서 37%로 줄었다. 다른 곳에 집을 두고 하우턴에서 일하는 사람이 늘다 보니 차를 타는 사람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경제구조는 물론이고 시민들의 생각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총리도 자전거로 출퇴근해요. 사회에서 자전거가 어떻게 인식되는지도 중요합니다.” 서울에서 시장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궁금해졌다.

<하우턴(네덜란드) |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