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이본 아레소 빌바오 시장

“왜 강이 중요하냐고요? 사람들이 강을 좋아하니까요.”

지난달 2일 스페인 빌바오 시청에서 만난 이본 아레소 시장(70·사진)은 도시에서 수변 공간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한참 동안 강조했다. 건축가 출신인 그는 1991년 시의원이 된 뒤 도시계획본부장으로 임명돼 도시재생 사업을 이끌었다. 지난해 3월 전임 시장이 암으로 사망하자 부시장이었던 그가 시장직을 이어받았다. 집무실에서는 공장지대에서 공원으로 바뀐 네르비온 강가의 녹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아레소 시장은 “3차산업 중심의 도시는 중공업 도시와 달라야 한다. 더러운 도시를 방치했다면 아무도 이곳에 오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를 아름답게 가꿔야 했다. 그래서 강이 중요했다. 사람들은 강과 바다를 좋아하고, 대부분의 축제는 물가에서 열린다. 강과 바다, 호수를 잘 가꾸면 도시는 아름다워진다.” 그는 “서울시가 청계천을 정비했듯 빌바오도 시민들을 위해 네르비온강을 정비한 것”이라며 “빌바오는 강을 등진 도시에서 강을 끼고 사는 도시로 변했다”고 말했다.

아레소 시장은 “우리는 그리스나 로마와 달리 오래된 건축물이나 유적이 없다. 바닷가는 멀고 날씨도 나쁘다. 우리만의 색다른 모습을 세계에 보여줘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했고, 세계적인 건축가들을 불러들여 건축을 맡겼다. 그 결과 빌바오는 현대건축의 거장들이 꾸민 거대한 전시장이 됐다.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한 미국 건축가 프랭크 게리는 지난달 28일 86회 생일을 맞았다. 그는 구겐하임이 성공적인 도시 랜드마크의 상징이 된 것에 대해 “행정당국의 간섭을 받지 않고 건축가의 독립성을 보장받았던 것이 비결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빌바오 지하철역사는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빌바오 공항과 네르비온강을 가로지르는 주비주리 보행교는 스페인의 대표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설계했다.

빌바오는 이제 관광도시를 넘어 지식·과학 도시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 대학교육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비디오게임 산업 등 첨단산업을 유치하는 것이 목표라고 아레소 시장은 말했다. “빌바오는 지난 20년간의 실험으로 전 세계에 알려졌다. 우리의 두 번째 계획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빌바오 |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