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서울 아파트 2년간 8천만원 올라
ㆍ경기불황에 소득 상승은 ‘제자리’
ㆍ집값 하락 땐 집주인도 경매 위기

2년 전 경기 평촌신도시 인근 의왕시의 72.7㎡형 아파트에 보증금 1억8000만원을 내고 전세로 입주했던 회사원 ㄱ씨(37)는 이달 말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8000만원 올려달라는 말을 들었다. ㄱ씨는 3000만원 인상으로 재계약을 요청했지만 집주인은 “서울 강남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데 다음달 재계약 때 전세금을 2억원가량 올려줘야 한다”며 오히려 사정을 했다. ㄱ씨는 결국 재계약을 포기하고 평수를 줄여 인근 다른 아파트의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전·월세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서민·중산층의 주거난이 임계점을 맞고 있다. 



서울지역 아파트의 전세가격은 지난 2년간 평균 8000만원 이상 올랐다. 이는 가계 흑자액의 7년치를 꼬박 모아야 감당할 수 있는 돈이다.

전셋값 상승률은 지난 2년간 가계소득 증가율보다 적게는 2.7배에서 많게는 7.4배가량 높았다. 

22일 경향신문과 부동산114가 서울 전역 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전세가격 추이를 분석한 결과 지난 8월 가구당 평균 전세가격은 3억7686만원으로 2년 전인 2013년 8월의 2억9656만원에 비해 8030만원(27.1%) 상승했다. 전세계약이 통상 2년 단위로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2년 전 4억원에 전세로 들어온 가구는 올해 1억840만원의 전세금을 올려줘야 재계약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2년 만에 오른 전세금 8030만원은 중산층 가구가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통계청의 올 2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가구당 월평균 흑자액은 98만9500원으로 집계됐다. 흑자액이란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빼고 저축이나 자산구입, 부채상환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여유자금을 가리킨다. 한 가구가 6년10개월간 여유자금(흑자액)을 꼬박 모아야 2년 동안 오른 전세금을 충당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2분기 서울지역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8%나 상승했다. 반면 가계소득은 2.9% 오르는 데 그쳐 전셋값 상승률이 소득 증가율의 4배에 달했다.

2012년 4분기만 해도 가계소득은 5.4% 증가한 반면 전세가격은 2.3% 올라 소득 증가율이 전셋값 상승세를 앞섰다. 그러나 이후 10분기 연속 전세가격 상승률이 소득 증가율을 크게 앞서고 있다.

소득은 정체인 상황에서 이처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가계소비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전셋값 급등은 부동산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를 수렁에 빠뜨리게 한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서민·중산층의 주거난을 두고 ‘헬전세’(전세지옥)라는 말도 나오는 실정이다. 주택공급이 부족해 전셋값 급등세는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입자에게 고통을 주는 전셋값 급등은 집주인에게도 행복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향후 집값이 하락할 경우 전셋값을 비싸게 받은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못 빼주고 집을 경매에 넘기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준기·윤승민 기자 jkkim@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