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나플라자 참사는 공장 안전 문제와 더불어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의 열악한 임금 수준과 노동운동 문제도 부각시켰다. 최저임금 수준이 월 3000타카(약 4만원)인 점이 보여주듯 임금 수준은 낮았다. 노동자들은 공장주들이 부당하게 근로시간은 늘리고 생산량을 할당했으며, 노조 활동을 방해하거나 노조원에게 차별대우를 했다고 말한다. 라나플라자 참사의 여파가 커지자 방글라데시 정부는 노동환경 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겉으로 보기에 노동자들의 환경은 나아졌다.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은 77% 오른 월 5300타카(약 7만원)로 늘었다. 정부가 승인한 노동조합 숫자도 크게 늘었다. 현재 노동부가 승인한 노조는 137개다. 2012년까지 겨우 2개 노조만 승인된 것에 비하면 기하급수적 증가라 할 수 있다. 지난해 7월에는 방글라데시 노동법 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노조가 사측에 노조원 명부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고, 노조 지도부가 외부 전문가에게 단체교섭을 의뢰할 수 있게 됐다. 국제노동기구(ILO) 방글라데시지부는 지난 22일 최근 새로 결성된 노조 지도부들을 대상으로 단체교섭 등 노조 활동에 관한 실무 교육을 실시했다.

그러나 노동운동 지도자들은 아직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임금이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며, 인상폭이 물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 구성 당시 노동자 측은 8114타카(약 10만8500원)를, 공장주 측은 4250타카(약 5만6800원)를 최저임금으로 제안했다. 해외에 알려진 바와 달리 5300타카도 법적으로 보장된 수치가 아니다. 최저임금위가 결의한 5300타카에는 기본급 3200타카와 식비·교통비·병원비 명목의 2100타카가 구분돼 있다. 미국계 노동단체 솔리더리티센터 측은 “기본급을 제외한 2100타카가 사용자의 재량에 따라 줄어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감소도 문제다. 라샤둘 라주 방글라데시독립의류노조 위원장은 “임금이 오른 뒤 공장주가 인원을 줄였다”며 “이런 일이 여러 공장에서 일어나니 아무리 일을 잘해도 재취업이 힘들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의류생산수출협회(BGMEA)는 지난 26일 공장 16곳이 문을 닫았고, 일자리 1만7500개가 줄었다고 밝혔다. 임금 인상과 안전 점검 탓에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으며, 그 결과 일자리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노동단체 관계자들은 지금의 변화가 미국이 방글라데시에 대한 일반특혜관세제도(GSP) 혜택을 철폐한 뒤 나온 점을 들어 언젠가 다시 과거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관세 혜택이 철폐된 후 의류 수출량을 늘리려는 정부 계획에 제동이 걸리자 수익 감소를 우려한 공장주와 기업·정부가 어쩔 수 없이 변화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