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조류 때문에 고박작업 3시간 늦어지고 4시간 가까이 이동 지연
ㆍ바닷물 빼고 목포신항으로 옮기면 3년간 지체된 진상규명 탄력

<b>스크루 드러난 세월호</b> 24일 전남 진도군 참사 해역에서 수면 위로 올라온 세월호가 재킹바지선에 와이어로 묶여 반잠수식 선박으로의 이동을 기다리고 있다. 가운데에 세월호 선체 바닥의 스크루가 보인다. 진도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스크루 드러난 세월호 24일 전남 진도군 참사 해역에서 수면 위로 올라온 세월호가 재킹바지선에 와이어로 묶여 반잠수식 선박으로의 이동을 기다리고 있다. 가운데에 세월호 선체 바닥의 스크루가 보인다. 진도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세월호가 뭍으로 돌아오고 있다. 비록 선체는 옆으로 누웠고 재킹바지선에 묶인 상태이긴 하지만, 차디찬 바다에 가라앉은 지 1074일 만인 24일 침몰 지점을 떠났다. 그리고 육지까지 선체를 예인하기 위한 중간단계인 반잠수식 선박에 세월호를 앉히는 작업이 밤새 진행됐다. 앞서 선체 좌현 선미 쪽 램프(차량 및 화물 진입로)가 열리는 등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 속에 세월호 인양·거치 작업은 마지막까지 난항을 겪었다. 해저에 가라앉아 있던 세월호가 무사히 육지로 돌아오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3년 만의 항해, 막판 ‘시간과의 싸움’ 

세월호를 묶은 바지선은 이날 오후 4시55분 선체 거치를 기다리는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 마린’을 향해 출발했다. 총 5척의 예인선이 한몸이 된 세월호와 2척의 바지선을 끌어 움직이며 3년 만의 항해가 시작됐다. 앞서 이날 오전 11시10분 수면 위 13m까지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는 선체를 끌어올린 바지선 2척과 와이어로 묶는 고박작업을 거쳤다. 이어 그동안 바지선을 해수면 위에 움직이지 않게 고정했던 묘박줄 총 16개를 해저면에서 빼는 작업을 거쳐 항해 준비를 마쳤다.

[세월호 인양]소조기에 끝내자…반잠수식 선박에 싣기까지 밤새 총력전

다만 전후 작업은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이철조 해양수산부 세월호선체인양추진단장은 이날 오전 언론 브리핑에서 “소조기 내에 세월호 선체 거치 작업까지 마친다는 대원칙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작업 공정은 더뎠다. 고박작업이 오후 2시쯤 끝난 직후 출발이 예상됐지만 조류의 흐름 때문에 3시간이 늦춰졌다. 반잠수식 선박의 위치도 침몰 지점 북동쪽 1㎞에서 남동쪽 3㎞로 바뀌었다. 윤학배 해수부 차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초 예정된 곳은 상하이샐비지와 논의해 결정했는데, 반잠수식 선박 운영업체 네덜란드 도크와이즈 등과 추가 논의한 결과 조류가 더 약하고 선체 거치가 더 안전한 곳이 있다고 판단해 장소를 이동했다”고 말했다.

시속 1.5㎞로 2시간 안에 이동하려던 계획도 늦어져 3시간30분 넘게 소요됐다. 이후 바지선은 세월호 선체가 반잠수식 선박에 문제없이 거치될 수 있도록 위치를 조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위치 조정을 마치는 것과 동시에 반잠수식 선박이 떠올라 바지선에 묶인 세월호를 싣는 과정은 세월호 인양의 마지막 고비였다. 해가 지며 주변이 어두워져 상하이샐비지 직원 등 현장 관계자들은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해수부 관계자는 “25일부터는 중조기지만 0시부터 갑자기 파도가 세게 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자정을 넘겨 작업이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 해수면 위에서 멈춘 세월호…고비 넘겨 

작업은 이날 새벽 세월호 인양의 최대 고비를 넘어섰기에 가능했다. 해수부는 23일 오후 6시30분쯤 세월호 좌현에 있던 11m 길이 램프가 열려 있음을 발견했다. 해수부는 램프가 아래로 처져 반잠수식 선박에 거치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오후 8시부터 선체와 램프를 연결하는 경첩 4개를 절단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b>인양 중 양식장으로 기름 유출</b> 24일 오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 세월호 인양과정에서 유출된 기름이 떠다니고 있다. 진도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인양 중 양식장으로 기름 유출 24일 오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 세월호 인양과정에서 유출된 기름이 떠다니고 있다. 진도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절단에 실패하면 인양 자체가 수포로 돌아갈 우려가 있었지만 현장 작업자들이 밤샘 끝에 24일 오전 6시45분 경첩 4개의 절단을 완료했다. 23일 밤 해수면 위 10m에서 멈춰 있던 세월호 선체 높이도 12m까지 높아졌다. 결국 오전 11시10분 해수부가 당초 목표했던 인양 높이인 해수면 위 13m까지 세월호가 떠올랐다. 이동 도중 선체와 재킹바지선 사이에 고무폰툰 등 완충재를 투입해 이동 중 있을 수 있는 선체 훼손을 방지하는 작업도 벌였다. 

■ 9부능선 넘은 세월호 인양작업 의미는 

세월호는 반잠수식 선박에 선적되면 약 사흘간 바지선에 묶인 와이어를 풀고 선체 전부를 드러냄과 동시에 내부에 차 있던 바닷물을 빼내게 된다. 목포신항으로 가기 전 반잠수식 선박에 세월호를 묶는 절차도 남았다. 이 작업들은 소조기가 아닐 때도 가능한 작업으로, 이날 작업으로 세월호 인양은 9부능선을 넘긴 셈이다. 

해수부는 세월호가 반잠수식 선박 위에 거치된 뒤 선체의 안전도·위해도를 파악하고 갑판이 바닷물 등으로 미끄럽지 않은 경우, 미수습자 가족들이 선박 위에 올라 선체를 직접 볼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다음달 초 목포신항에 세월호가 거치되고 나면, 국회와 세월호 유가족들이 정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 8명을 중심으로 선체 조사가 시작된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등의 활동에도 3년간 선체를 볼 수 없어 중단됐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다시 탄력을 받게 된다.

<진도 |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