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생업 복귀하는 올림피언들
ㆍ스위스 남자 컬링 도미니크 마에르키, 미국서 ‘시계공방’ 운영
ㆍ선수들, 소방관·간호사 등 일하며 대회 참가·장비 비용 마련

소방관을 직업으로 갖고 있는 폴란드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즈비그니에프 브루트카. 유튜브 캡처

소방관을 직업으로 갖고 있는 폴란드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즈비그니에프 브루트카. 유튜브 캡처


“저, 평창 가서 메달 좀 받고 올게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믹스더블(혼성 2인조) 대표로 출전했던 크리스틴 스카슬리엔(32·노르웨이)은 직장 상사에게 이렇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대회를 4위로 마쳤지만, 동메달을 딴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들(OAR)이 도핑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노르웨이에 메달이 돌아갔기 때문이다.

다시, 슈퍼맨처럼…‘세상 속으로’

스카슬리엔은 올림픽 조직위원회로부터 한국에 올 수 있는 비행기 일등석 티켓을 받았지만, 회사에 보고를 해야 했다. 믹스더블 경기가 올림픽 개막 4일차인 지난 13일 모두 끝나, 스카슬리엔도 오슬로에 있는 해운사로 복귀해 생업을 이어 나갔기 때문이다.

평창 올림픽이 막을 내리면서 선수들도 다음 올림픽을 기약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적지 않은 선수들은 다시 자신의 생업에 복귀했다. 모두가 시상대에 오를 수 없듯,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은 올림픽 이후에도 생활을 이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스위스 남자 컬링팀의 도미니크 마에르키는 평소에는 시계를 만드는 기술자로 일하고 있다.  마에르키 시계공방 홈페이지 캡처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스위스 남자 컬링팀의 도미니크 마에르키는 평소에는 시계를 만드는 기술자로 일하고 있다. 마에르키 시계공방 홈페이지 캡처

스위스 남자 컬링팀의 일원으로 동메달을 딴 도미니크 마에르키(28)는 올림픽 후 다시 시계공방으로 돌아간다.

그는 AFP통신에 “아마 올림픽 출전 선수 중 시계제작자는 나뿐일 것”이라고 말했다. 마에르키는 시계의 나라인 스위스에서 시계제작 학교를 졸업했고, 미국으로 이주해 아칸소주에서 시계공방을 운영 중이다. 미국의 스노보드 남자 스노보드크로스 대표 조너선 치버(33)는 배관공이다. 지금 회사에서 10년간 후원을 받았지만, 치버는 AP통신에 “신용카드 빚을 매번 갚아나가는 게 쉽지는 않다”고 했다.

AFP통신은 “린지 본처럼 거액을 버는 슈퍼스타가 한 명이라면 생업을 병행하는 선수들은 수십명이나 될 것”이라고 전했다. 많은 선수들이 올림픽을 꿈꾸지만, 국제 대회에 참가하고 장비를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을 마련하려면 직업이 필요하다. 저개발국뿐 아니라 미국·영국 등 선진국 선수들 중에도 올림픽 출전 비용 모금을 위해 공개적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벌인 이들도 있다. USA투데이는 평창 올림픽에서 최대 규모로 출전한 미국 선수들도 종목별 협회 차원의 지원을 받을 뿐, 정부 지원은 없다고 전했다. 루지 남자 싱글 은메달리스트 크리스 매즈더(30)는 “반발도 있겠지만, 정부 차원의 아마추어 선수 지원은 앞으로 논의해볼 만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래도 선수들은 일과 운동을 병행해가며 올림픽에 나갈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간호사로 일하는 미국 컬링 여자팀 스킵(주장) 니나 로스(30)는 “경기하는 것 자체가, 그리고 나라를 대표해 뛴다는 것 자체가 좋다”며 “(올림픽 출전은) 가난하게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했다. 직업이 선수 생활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폴란드에서 소방관으로 근무하는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즈비그니에프 브루트카(34)는 “일을 하면서 많은 사고와 비극들을 봤기 때문인지 운동을 하며 받는 스트레스는 거의 없다”고 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