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잠수함 투수 박종훈(28)과 좌완 김태훈(29)은 비슷한 시기 입단해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해왔다. 기대보다 활약이 더딘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몇 년간 떼지 못하다 점차 성장한 후 지난해 각각 선발의 한 축으로, 마무리의 키맨으로 자리한 것까지도 닮았다.

SK 왕조 시기 막바지에 겨우 데뷔전을 치러 우승에 대한 갈증을 오래 느끼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의 맛도 함께 봤다. 박종훈은 한국시리즈에서 승리를 따내지는 못했지만 1·5차전 선발로 나서 팀 승리의 발판을 놓았고, 김태훈은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총 7.2이닝을 던지는 동안 단 한 점만 내주며 SK 마운드의 키맨으로 거듭났다.

SK 김태훈(왼쪽)과 박종훈이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SK와이번스 제공

SK 김태훈(왼쪽)과 박종훈이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SK와이번스 제공

둘은 지난 3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도 함께 자율 훈련하며 올해 이룰 새로운 꿈도 함께 그려나가고 있었다. 하나는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하는 통합우승에 성공하는 것. 또 하나는 프리미어 12에 함께 국가대표로 출전해 우승에 재도전 하는 것이다.

■힐만 감독님 덕분에… 이제는 운동 쉬면 ‘불안’해요

박종훈과 김태훈은 쉴틈없이 달린 지난해를 뒤로 하고 새해 본격적인 몸 만들기에 돌입했다. 시즌 후 근황을 물으니 박종훈은 “한국시리즈가 평소보다도 늦게 끝났다. 별도로 쉬는 시기를 두지 않고 꾸준히 운동해왔다”고 말했다. 김태훈은 “시즌이 끝난 뒤 2주 정도 쉬었지만 곧 보강운동에 매진했다. 해가 바뀌기 전 까지는 공도 만지지 않았다”고 했다. 박종훈은 지난해 데뷔 이래 최다 이닝(159.1이닝)을 투구한 데다 시즌 중간에 열린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했다. 김태훈 역시 데뷔 이래 가장 많은 61경기에 나와 94이닝을 던지고 9승(3패)·10홀드를 수확했다.

둘은 그런 와중에도 연말에 운동이 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했다고 한다. 팀을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트레이 힐만 전 감독의 영향이 컸다. 박종훈은 “힐만 감독님은 자율을 강조하면서 단체 훈련시간을 줄였다. 스프링캠프 도중 밤시간 실내 훈련장 불을 감독님이 직접 끄면서 ‘그만하고 들어가 쉬라’고 할 정도였다”고 했다. 그러자 김태훈이 “하지만 선수들이 매일 훈련 시작시간보다 2시간 정도 일찍 나왔다. 선수들의 실제 운동량이 전보다 늘어났다”며 “자율이 더 무섭다”고 거들었다.

팀의 변화와 함께 스스로도 더 좋은 투수로 거듭났기에 박종훈과 김태훈은 힐만 감독에 대한 마음이 더 애틋한 듯 했다. 특히 김태훈은 한국시리즈를 마치고 호텔 숙소에서 짐을 싸는 힐만 감독을 찾아가 “이도저도 아닌 선수를 야구 선수로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했다고 했다. 박종훈은 “외국인 감독님이다보니 선수들이 더 밝은 분위기에서 지낼 수 있던 점이 좋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새로 부임하시는 염경엽 감독님 아래서도 밝은 팀 분위기를 만드는 게 저와 태훈이형의 목표”라며 특유의 넉살도 잃지 않았다.

김태훈(왼쪽)과 박종훈. SK 와이번스 제공

김태훈(왼쪽)과 박종훈. SK 와이번스 제공

■더 많은 이닝과 승수·세이브… 팀 ‘통합우승’ ‘국가대표’ 함께 하고파

마운드에서 목표도 뚜렷하다. 박종훈은 “지난해 160이닝 투구를 목표로 삼았는데 0.2이닝 차이로 놓쳤다. 올해는 170이닝이 목표”라며 “투구폼이 체력소모가 많기도 하고 제구력도 떨어져 상대적으로 일찍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올해는 더 효율적인 투구로 많은 이닝을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훈은 “14승으로 시즌을 끝났을 때는 몰랐는데, 15승 투수는 팀에서의 대우가 다르더라”며 지난해 아쉽게 놓친 ‘15승’에도 도전한다.

포스트시즌에서 최우수선수(MVP)급 활약을 선보인 김태훈은 올 시즌 유력한 마무리 후보다. 김태훈은 “내가 못 던지면 언제든 다른 대체자가 마무리가 될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승리와 세이브, 홀드를 합해 도합 30개를 채우고 싶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보직에서 시즌을 시작하기에 개인적인 목표는 다르지만 둘이 공유하는 큰 목표도 있다. 김태훈은 “시즌이 끝난 뒤 그라운드에서 ‘통합우승’에 성공했다는 플랜카드를 펼쳐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SK가 마지막으로 통합우승한 때는 2010년. 박종훈은 2011년에야 1군에 데뷔했고, 김태훈은 2010년 정규시즌 단 한 경기 등판한 게 전부여서 둘에게는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다. 박종훈은 “한국시리즈에서 아직 승리투수는 못돼봤다”며 “한국시리즈 첫 승이 목표다. 그 다음엔 MVP, 골든글러브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국제 대회에서 우승하는 꿈도 함께 꾸고 있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건 박종훈은 “4년 전 프리미어 12 때 대표팀이 누렸던 우승 감격을 올해 다시 느껴보고 싶다”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주변에서 ‘밀어만 주시면’ 대표팀의 일원으로 뛰고 싶다”고 했다. 현재 자율훈련중인 두 선수는 올해 세운 원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팀 본진보다 약 일주일 앞서 SK의 전지훈련지인 미국 플로리다주로 떠날 계획이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