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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는 도시' 기획 1회로 나간 인도 오로빌 르포에 대한 여러 의견과 궁금증을 전해 듣게 됐습니다. 지면에 다 못쓴 내용들도 있고, 궁금증에 답하고 싶다, 혹은 답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취재 뒷얘기를 쓰겠노라 다짐했습니다. 한 선배께는 뒷얘기를 쓰겠노라 공표까지 해놨죠.


이야기를 풀어놓을 시간은 나질 않는데, 답해야할 질문은 늘었습니다. 게으름까지 겹치니 뒷얘기를 할 시간이 점점 줄더군요. 마음속에 부담감만 떠안다가 간신히 마음잡고 글을 써봅니다. 충분한 답변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럼 또 물어봐주시면 고민해보겠습니다.





지적하신대로, 엄밀히, 오로빌은 도시가 아닙니다. 오로빌 내에서 기념품을 비롯해 여러 생산품들을 판매하고는 있습니다만, 오로빌을 운영하는 데 드는 주 수입원은 해외 후원금입니다. '함께사는 공동체'라는 가치를 해외에서 높게 평가해 오로빌에 후원을 하고 있죠.


3000여명 규모의 '마을'이 수만명이 모인 '도시'가 된다면 규모의 문제에 당연히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오로빌에 모인 사람들은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들, 바꿔말해 어디서든 잘 살아갈 수 있는 '착한 사람들'인 것도 맞습니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바, 오로빌이 '사람 자체' 다시 말해 '경제나 정치, 체제보다 사람을 우선시하고' 또 '사람을 존중하는 것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오로빌을 '도전하는 도시' 첫 회에 소개했습니다. 오로빌이 '도시'도 아니고 '유토피아'도 아닐뿐더러 변질(?)될 가능성도 갖고 있지만, 오로빌을 첫 회에 소개하게 된 것은 '사람을 중시'하는 문화가 행정-경제를 비롯한 생활 전반에서 나타나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도시는 '사람이 잘 살아가는 곳'이어야 하고, '사람 중심'이어야 하니까요.





사실, 다소 생소하게 느끼셨을지 모르지만 오로빌은 이번에 처음 소개된 곳은 아닙니다. 지난해에도, 몇 년전에도 주요 일간지에서 오로빌을 (자주는 아니더라도) 소개한 바 있습니다. 전세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인간 중심 이상향'이 실현되는 공동체는 많지 않으니까요. 사실 오로빌에서 취재하면서, 오로빌이 한국에 1990년대에 소개됐다는 것도 알게됐습니다.


느끼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오로빌이 50년 가까운 시간동안 유지될 수 있던 행정체계'에 집중했습니다. 다른 기사들이 '힌두교 지도자의 사상을 바탕으로 한 영적인 힐링 공동체'라고 오로빌을 주로 소개했기에, 나름 차별화를 두려고 애쓴 것이죠. 물론 오로빌 주민들이 원체 '착하고 뭘 좀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발적인 참여, 수직적이지 않은 행정 구조 등등이 가능했으리라 싶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로빌이 현재 모습이 지속가능하게끔 노력한 흔적들도 보이구요.


'도전하는 도시' 시리즈에서 소개할 도시들의 컨셉은 각자 다릅니다. 각 도시들은 저마다 한 분야에서 '성공'적인 변화를 이뤄냈다고 볼 수 있죠. '환경'인 곳도 '인권'인 것도 '기술'인 곳도 있습니다. 각 도시가 한 컨셉의 변화를 성공적으로 자리잡게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환경' 도시가 '인권'은 미진하게 대처할 수도 있구요. '인권'도시에서 '기술'까지 성공적으로 자리잡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각 도시마다 한계가 분명하겠지만, 일단은 그들이 거둔 성공과 시사점을 봐주셨으면 합니다. 오로빌이 규모가 커지면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지 못할 수 있지만, 오로빌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시사점이 무엇인지를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다양한 시사점은 오로빌 이후에 소개된, 그리고 앞으로 소개될 많은 도시들을 통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답변이 충분하지 못했다면, 언제든지 댓글에 남겨주세요. 모든 질문에 명쾌한 답을 드리진 못하겠지만, 충분히 서로 얘기할 수는 있겠지요.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