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겨울휴가, 7월 여름휴가. 두 차례 일본을 방문했습니다. 여행 다녀왔다고 뭐라도 남기려고 마음만 먹다가, 시간이 흐르고나니 '올릴 타이밍을 놓친 것 같다'는 생각(혹은 핑계) 때문에 그간 아무 기록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가만보니, 두번의 일본 여행 중에 겹치는 일정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날짜별로 하루 일과 (여기 갔다, 저거 했다)를 쭉 늘어놓는 것보다 인상적인 일정을 남겨 놓으렵니다.



* 도쿄돔 '야구전당박물관'을 가다


귀국을 앞둔 2월20일. 하네다에서 저녁 비행기를 타기 전에 애매하게 시간이 남았습니다. 야구를 좋아하긴 하지만 시즌은 아니어서 야구 경기를 볼 수는 없던 때. 여행 계획을 짤 때부터 갈까말까 고민했던 '야구 박물관'에 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쿄 여행에서 가장 '잘 했구나' 싶은 선택이었습니다. '여름엔 꼭 고시엔(甲子園)을 가보리라' 마음 먹었던 것도 이 때구요.




도쿄돔의 외관. 나뭇가지 사이로 'TOKYO DOME'이라 쓰인 건물 이름이 보입니다. 아이돌 팬들은 유명 공연장이라 생각하겠습니다만, 역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일본 프로야구(NPB) 요미우리 자이언츠(巨人軍-교진군)의 홈구장이라는 점. 그리고 '야구 박물관'이 있는 곳이라는 점.




도쿄돔 주변을 따라 걷다보면 이 같은 조형물(?)과 입구가 눈에 보입니다. '야구전당박물관(野球殿堂博物館)' 영어표현을 빌리면 '야구 명예의전당 겸 박물관' 되겠습니다. (심지어 공익재단법인)


아래 사진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곳에서는 일본 유명 야구선수들, 야구계 인사들은 매년 명예의 전당(명전)에 헌액해 공을 기리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예상 외로 퀄리티가 높은(한국에선 좀체 볼 수 없든) 자료들을 상시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내부 사진을 풀어놓을까 합니다. (더 많이 찍어 놓은 것 같은데 어디있더라;) 다만, 이 곳의 사진은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때만 촬영이 가능'한 것입니다. 혹여나 퍼가시거든 출처를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사진들은 취재 및 보도를 위해 촬영한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2014년도 일본 야구 명예의전당 헌액자들의 유니폼입니다 (명단 아래 오른쪽) 


맨 위 유니폼은 사사키 가즈히로(佐々木主浩)의 요코하마 베이스타스 유니폼입니다. 1990년대 말 센트럴리그에서, 당시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뛰던 선동렬과 구원왕 경쟁을 했구요. 이후에는 스즈키 이치로(鈴木一郞)보다 더 먼저 미국 프로야구(MLB) 시애틀 매리너스에 진출해 역시 마무리투수로 활약했습니다. 주무기는 포크볼. 현재 만년 하위권인 요코하마 베이스타스가 1990년대에서는 꽤 강팀이었습니다. 미-일 통산 381세이브.


 그 아래는 아키야마 고지(秋山幸二) 소프트뱅크 호크스 감독의 선수시절 유니폼(다이에 호크스, 소프트뱅크의 전신). 이범호의 소프트뱅크 진출로 처음 이름을 알았습니다. 현재는 이대호의 소속팀 감독이죠. 선수 시절 활약으로 헌액이 됐겠습니다만 잘은 모르겠네요. 프로통산 2157안타, 437홈런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아래 사진 중 왼쪽에서 두번째입니다. 세이부 라이온스 유니폼을 입었네요.


그리고 또 아래는 박찬호의 LA 다저스 동료이기도 했던 노모 히데오(野茂英雄)의 유니폼입니다. 긴테쓰 버팔로스(오릭스 버팔로스의 전신 격)에서 뛰다 "소시민은 항상 도전하는 자를 비웃는다"는 말을 남기고 MLB 진출. 다저스에서 신인왕 수상. 이후 커리어엔 부침도 있었지만 박찬호-류현진도 못해본 '노히트노런'을 두차례나 하기도 했습니다. 다저스 시절 한-일 구도 때문에 별로 정이 들지 않았었는데 박찬호와는 꽤 친분이 깊다고. MLB 통산 123승을 올렸습니다. (박찬호가 124승으로 아시아인 MLB 최다승 기록을 경신했죠) 이번 헌액은 일본 야구 명전 사상 최연소였다고 합니다.


목록 맨 오른쪽 분은, 아이다 조이치 전 와세다대 감독이라고 합니다. 특별 부문으로 헌액됐다고 하는데, 처음 듣는 존함.



왼쪽에서 두번째가 마쓰자카 다이스케(松坂大輔)의 세이부 라이온스 시절 유니폼, 그 오른쪽이 스즈키 이치로의 오릭스 블루웨이브(오릭스 버팔로스의 전신, 긴테쓰-오릭스가 합병해 현재 오릭스 버팔로스가 됨)시절 유니폼입니다.





일본 프로 최다승 투수 가네다 마사이치(金田正一)의 요미우리 자이언츠 시절 유니폼과 사진입니다. 프로 통산 400승. 재일교포로 한국명은 '김경홍'이라 합니다. (이름에 쓴 한자인 김정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특이한 투구폼으로도 유명했는데, 구대성 선수가 가네다의 투구폼을 연구해 자신의 독특한 폼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 및 세계 프로 통산 최대 홈런 기록(868개) 보유자 오 사다하루(왕정치. 王貞治)의 유니폼입니다. 


지금까지는 '일본야구'와 관련된 내용을 소개했는데요. 더욱 저를 놀라게 한, 그만큼 인상적인 자료들은 다음 편에 소개하겠습니다.


(위 사진들은 모두 직접 촬영한 것입니다. ⓒ윤승민)


도쿄돔 '야구전당박물관'을 가다 (2)로 갑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