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꽤 흥미진진하게 흘러갔습니다. 


4회까지 3대1로 뒤지던 홈팀 한신이 4회말 공격을 시작하게 됩니다. 1아웃 주자 1,2루 상황에서 한신은 9번 타순에서 투수 대신 대타를 냅니다.


(한신-야쿠르트가 속한 일본프로야구(NPB) 센트럴리그에서는 '지명타자'제도가 없어 투수도 타격을 해야합니다. 투수들의 타격이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대체로 투수가 9번타자로 나오는데요. 


당시 한신은 선발투수가 3이닝, 다음 투수가 1이닝만 던지고 물러난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서 대타를 내겠다는 것은, 다음 5회초 수비엔 새로운 투수를 내겠다고 작정한 거구요. 일반적으로 5회까지 선발투수 1명이 던지는데, 한신은 투수를 3명째 쓰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경기에 이기지 못하면, 팀 전력에 과부하가 걸리는 거죠.)


타석에는 한 때 한신 중심타선을 이끌었던, 전직 홈런왕 아라이 다카히로(新井貴浩)!...가 아닌 그의 동생 아라이 료타(新井良太)가 대타로 나옵니다. (다카히로가 아니였다는 걸 한국에 와서 알았네요;) 아라이는 3루땅볼을 치며, 더블 플레이...가 되는 줄 알았으나 내야수 실책이 나오면서, 2루주자가 홈인. 3대2 한점차가 됩니다.


이어서 1번타자 우에모토  히로키(上本博紀) 볼넷 - 2번타자 이마나리 료타(今成亮太) 1타점 2루타 - 3번타자 '주장' 도리타니 다카시(鳥谷 敬)의 2타점 중전 적시타가 나오며 순식간에 점수는 3대5. 특히 팀의 주장인 도리타니가 안타를 쳤을 때 관중들의 환호는... 주변을 둘러보면 도리타니의 유니폼을 입은 관중들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대타 아라이가 땅볼을 쳤지만, 결과적으로 한신의 승부수는 통했습니다. 6회 한 점을 내줬지만 역전은 허용하지 않았구요. 그리고 7회...




지난 글에, 반대편에 있는 '벌건 것'들이 다 사람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저 노랗고 하얀 것들은... 다 풍선입니다. 고시엔 구장에서는 7회초-7회말 사이 공수 교대 시간에 '럭키 세븐' 이라는 행사를 합니다. 일종의 승리 기원 행사인데요. 이 때 관중들이 손에 주고 있는 풍선들을 모두 날려 보냅니다. 아래 영상처럼요.





사실 이 행사가 고시엔 구장에서만 열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가끔 일본 프로야구 야구 중계를 보면 다른 구장에서 하지 않는 것은 아니더군요. 다만 고시엔에서 이 행사가 먼저 시작된 듯 합니다. 고시엔 만큼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참가하는 경우도 드물어 보이구요.


주변 한신 팬들과 뒤섞여 한신을 응원하긴 했지만, 내심 한신이 추가점을 뽑지 않길 바라고 있었습니다. 마무리 투수가 등판할 수 있는 '세이브 상황'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죠. 결국 9회초까지 4대5 스코어가 이어졌고, 한신 타이거스의 마무리투수가 등판합니다. 





관중석에서 찍은 것이라, 선수의 얼굴은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중간에 전광판을 찍은 부분 잘 보시면 오승환의 얼굴이 보입니다.


다만 오승환이 한국에서보다 많은 블론세이브(팀이 앞선 세이브 상황에서 실점해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한 것)를 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한국 선수이기 때문인지, 한신 팬들은 오승환을 '무한신뢰'하지는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일본어를 잘 모르지만, 주변을 보면 '오승환 나왔네... 잘 막으려나' 이런 분위기더군요. 그리고 멀리서나마 느낀 게... 오승환은 멀리서 봐도 덩치가 참 컸습니다. 오승환 앞에 8회 등판한 투수도 '꽤 크다'고 느꼈는데, 제가 보기엔 오승환이 그보다 더 컸습니다.


이날 오승환 선수의 활약상은 아래 중계영상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안타도 허용하고, 수비의 도움을 많이 받긴 했지만, 어쨌든 오승환은 이번 경기에서 25세이브 달성에 성공합니다. 일본프로야구 경기에서, 한국 선수가 등판해, 세이브를 따내는 순간을 직접 보니 참 뿌듯하더군요. 한신 팬들은 이 때 남아있는 풍선을 한 번 더 하늘 위로 날리며 승리를 자축했습니다.


이렇게 두 번의 일본 여행, 그리고 두 번의 야구 기행이 끝났습니다. 하지만, 일본 겉핥기는 주제를 바꿔서 조만간 또 하려고 합니다.





[일본 겉핥기① 야구] 고시엔을 가다 (1)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