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난민이지, 범죄자가 아니다.”

지난 5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중심부 라빈 광장 일대에서 아프리카 이주민들 3만여명이 행진과 시위를 벌였다. 이번 시위는 이스라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민자 시위라고 일간 하레츠 등이 보도했다. 일부 이민자 출신의 노동자들은 이날부터 사흘간 이스라엘 전역에서 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는 전쟁과 가난을 피해 이스라엘로 왔지만 범법자로 취급당하고 있는 상황 때문이다. 이스라엘 당국은 아프리카 이주민 6만명이 자국 안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다르푸르 분쟁 등 군사적 위협과 가난 등을 피해 온 수단인 및 에리트레아인들로, 걸어서 민주주의 국가인 이스라엘을 찾아왔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들을 통제하고 차별적으로 대했다. 유대교 국가라는 이스라엘의 정체성이 대부분 이슬람, 개신교 신자인 아프리카 이주민 탓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아프리카 이주민들은 “일자리가 아닌 생존 때문에 왔다”고 말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들을 난민이 아닌 불법 이주민으로 여기고 있다. 그 결과 이스라엘 의회는 지난달 10일 체류비자가 없는 이주민들을 재판없이 최대 1년간 구금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새 이민법을 통과시켰다. 이후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사막에 3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주민 시설이 세워졌다. 이곳 수용인들은 하루 세 번 점호를 받아야 하고 야간에 외출을 할 수 없는 등 사실상 감옥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단 출신의 한 시위 참가자는 “갈 곳 없는 우리같은 사람들에게 정부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하레츠에 전했다. 아프리카 이주민들뿐 아니라 인권단체들도 이스라엘의 이민자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엔난민기구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스라엘의 난민 정책은 유엔난민협약을 위배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