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혁명의 영웅’ 피델 카스트로가 국가평의회 의장으로 재임할 때부터 반세기 넘게 얼어붙었던 미국과의 관계는 그의 동생이자 후임 의장인 ‘실리주의자’ 라울 카스트로가 풀었다.



라울은 형인 피델과 마찬가지로 1959년 쿠바 혁명을 이끈 좌파 게릴라 사령관이었다. 이후 오랜 시간 국방장관 등 요직을 맡으며 쿠바의 2인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라울은 2008년 2월 국가평의회 의장에 취임하면서 형과는 다른 경제 개방 정책을 폈다. 취임 직후 전자제품 및 생필품 국내 판매 금지를 해제했고, 개인과 사기업의 미사용 국유지 소유 금지조치를 풀었다. 2011년에는 중국을 본뜬 경제 개혁안 300개를 발표하며 해외 투자 유치에도 나섰다.

라울의 의장 취임 이후 쿠바에 자본주의 경제 모습이 갖춰졌고, 쿠바 내에서도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를 바라는 목소리가 늘었다. 미국에 굽히지 않았던 피델과 달리, 라울은 1년 반 동안의 협상을 거쳐 국교 정상화에 전격 합의했다.

그는 17일(현지시간) 방송 연설에서 “문명화된 방식으로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며 “미국과 인권·외교정책·국가주권에 대한 차이는 있지만, 많은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것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쿠바 제재는 미국법을 개정해야 풀 수 있다”며 “우리 나라에서 인권 문제와 경제적 손실을 일으키는 봉쇄조치를 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울은 “피델 동지가 오랜 시간 어려움을 겪으며 미국 정부와의 관계를 지속했지만, 우리는 협상 내내 우리의 원칙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피델이 2001년 공언했던 쿠바인들의 석방이 이뤄져서 기쁘다”고도 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