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서 주로 출입하는 정부 부처는 '농림축산식품부'입니다. 공식 약칭은 '농식품부' 입니다만 '농림부'라고 부르지 않으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더군요. 


출입한지 만 한 달이 넘었습니다. 아무래도 그 동안 가장 많이 체크한 이슈, 현재까지 굴러간 이슈는 'AI'와 '구제역'이 아닐까 싶네요. 저도 부처에 출입하면서 두 질병에 대해서 많이 배우게 됐는데요. 배운 걸 기록해두는 차원에서, 아는만큼 풀어놓을까 합니다.



서울 중랑천 용비교 주변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서 H5N8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됨에 따라 8일 성동구청 보건소 질병예방과 직원들이 용비교 아래 중랑천변에서 인근의 출입을 차단한 가운데 방역작업을 벌이고 있다. | 강윤중 기자


* AI와 구제역, 이름의 뜻은?

- AI는 우리말로 '조류인플루엔자'입니다. 영문표기인 'Avian Influenza'의 약자구요. 영화 <A.I.>의 뜻은 'Artificial Intelligence'입니다. (당연하게도...) 영문 위키피디아에서 'AI'를 검색하신다면 영화 A.I.를 비롯한 다양한 항목들이 목록에 뜹니다. 그런데 조류인플루엔자는 안뜹니다.(;)

- 구제역은 영어로 풀어쓰면 'Foot-and-mouth Disease'입니다. 한자로는 '口蹄疫'이라 씁니다. '입 구'자에 '굽 제', '역병 역'자를 씁니다. 발굽이 갈린 동물에게만 전염되는 병이라는 뜻입니다. 발굽이 두개로 갈리지 않은 말은 걸리지 않지만, 발굽이 두 개로 갈린 소와 돼지는 구제역에 걸립니다.


* 그렇다면, 구제역은 왜 발굽이 갈린 동물들에게만 걸리나?

- 밝혀진 바 없습니다. 소나 돼지 등에 같은 바이러스가 검출됐기에 발굽 갈린 동물들에 전염됐다는 게 확인됐을 뿐입니다. 농식품부 관계자께 "그럼 구제역이 왜 발굽 갈린 동물들에게만 전염되는지 확인되면 노벨생리의학상타나요?" 라고 물었습니다. 관계자 왈 "그럴 수도 있다"고...


* AI와 구제역은 얼마나 위험한 질병인가.

- 구제역은 국제수역사무국(OIE)과 세계동물보건기구가 '가축 전염병 가운데 가장 위험한 A급 바이러스'로 지정한 가축 질병입니다. 특별한 치료법도 현재로선 없어서, 구제역에 걸린 소나 돼지는 살처분해야 합니다.

- AI도 특별한 치료법이 없으며, 구제역처럼 전염성도 높습니다. 게다가 AI는 구제역과 달리 사람이 감염돼 숨진 사례까지 있습니다.

- 단, 현재 한국에서 유행중인 'H5N8'형 AI는 아직 인체 감염 사례는 없습니다. AI도 여러 종류로 나뉘는데,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사람을 숨지게 한 AI 바이러스와 현재 국내 전염 바이러스는 다른 종류인 것이죠.

- 다만, 감염된 동물들을 죽여야 한다는 점은 농가에게 큰 피해입니다. 농가는 가축이 곧 자산인데, 전염되면 자산을 그대로 잃는 셈이 되는 거죠. 그나마 지금은 선별적 살처분을 하고 있습니다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AI나 구제역에 걸렸다는 이유로 그 농장에 있는 가축이 산 채로 매장당해야 했습니다. 이는 동물복지 차원에도 위배되는 터라 비판이 많았습니다. 현재는 백신 접종이 늘어났고 감염 규모도 크지 않아 구태여 동물을 수십~수백마리 살처분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 어떤 경로로 전염되나.

- 사람, 동물, 차량... 모두 전염 매개체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차량을 통한 감염이 제일 많다고 하네요. 같은 도축장을 사용하는 다른 농가 간 전염이 문제라고 합니다. AI/구제역 바이러스에 걸린 동물이 도축장에 바이러스를 옮기고, 그 바이러스는 도축장에 도착한 다른 농가 차량에 옮아가고, 바이러스가 다른 동물들에게 다시 옮기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것이죠.

- AI는 야생조류가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입니다. 구제역은 백신을 접종해 항체가 생긴 소나 돼지도 바이러스를 다른 동물에게 옮길 수 있다는 군요.

- 2월 6일 AI 확진 사실이 밝혀진 '서울 중랑천 야생조류 배설물' 사례를 보면 전염에 대한 심각성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죠. [관련기사]

- 물론 야생조류가 가금류 농장을 다니며 배설물과 분비물을 배출하는 것은 아닙니다. 야생조류가 직접 AI를 '살포'하는 건 아니죠. H5N8에 인체가 감염된 사례도 아직은 없습니다.

- 하지만 사람이 AI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 또 사람이 AI감염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은 큰 문제입니다.


* 설 연휴가 왜 문제인가. 

- AI/구제역이 사람이나 차량의 이동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죠. 설이 되면 귀성,귀경 행렬로 차량 이동이 잦아질 것이구요. AI/구제역이 더 넓은 지역에 걸쳐 전염될 가능성이 늘어나게 됩니다.[관련기사]

- 서울 중랑천변에 있는 시민이 AI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합시다. 그리고 그 분이 현재 AI 감염 사례가 없는 경남의 한 가금류 농가가 고향이라고 한다면, AI는 이 과정을 통해 경남까지 전염될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가정입니다.)


* AI와 구제역은 언제쯤 전염이 끝난다고 할 수 있는가.

- 잠복기간 등을 감안, 2~3주 정도 추가 발견 사례가 없어야 현 상황이 '끝났다'고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저도 처음에 쓰려고 마음먹었던 부분 중 일부를 쓰다가 잊어버린 듯(-_-)합니다. 미처 몰랐던 정보를 첨언해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