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철도 효율화 이유 코레일서 분리
ㆍ설립하자마자 방만 경영 답습
ㆍ비판 여론에 “철회”… 다시 강행

수서발 고속철도 운영사인 SR(수서고속철도)가 서울 강남구 수서역사 인근에 사옥을 건립해 대전에 있는 본사를 이전하는 방안을 재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SR는 지난해 초 본사 건립안이 공개된 뒤 “철도 효율화를 위한다더니 무슨 중복투자냐”는 반발여론이 일자 검토를 철회했다. 여론이 불리하면 접었다가 시간이 흐르면 다시 사업을 추진하는 ‘조삼모사식’ 태도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SR가 수서에 본사 사옥을 신축할 경우 건설비는 최고 400억원대로 추정된다. SR가 코레일의 자회사로 분리되지 않았더라면 쓰지 않아도 될 400억원을 낭비하는 셈이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SR 고위 관계자는 7일 “SR의 본사 사옥을 KTX 수서역 인근에 건립하는 방안을 이르면 이달 중 결정하기로 했다”며 “현재 수서역사 건립 예정지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관계 부처와 지자체의 협의로 올해 말 해제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린벨트 해제 직후인 내년 초부터 사옥 부지 매입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SR는 대전 둔산동의 한 빌딩 일부를 빌려 사무실로 쓰고 있다. SR는 현재 대전 인근에 거주하는 직원들을 위해 새 사옥 인근에 주거시설도 건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울에 사옥을 건립하는 계획은 코레일의 방만 경영을 해소하고 효율적으로 철도를 운영하겠다는 SR의 설립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SR가 수서고속철 개통 전까지 아무런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에서 서울 강남에 사옥을 지으려면 과도한 비용 지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서역사 인근 부지의 시세는 1㎡당 1090만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공개된 문건을 보면 수서사옥 건설비는 최대 400억원에 이른다.

SR는 서울 사옥 건립과 관련해 수차례 말을 바꿨다.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은 철도노조 파업 당시 SR 본사를 별도로 마련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다 SR 분리가 결정된 지난해 초 400억원대의 본사 사옥 건립계획을 담은 문건이 공개됐다.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와 코레일은 계획을 철회했다. 지난달에도 SR는 “대전 사무실의 서울 이전을 검토 중이지만, 사옥 건립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SR는 운영 선로의 안전을 점검하고 수도권 지역 마케팅을 위해 서울에 사옥을 건립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이 대전에 있는 데다 고속철도 사업의 취지인 ‘균형발전’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창기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선로 운영관리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의 몫이고 SR는 그 외 최소한의 업무를 하면 된다”며 “균형발전이라는 고속철 사업 취지를 거스르고 왜 서울에 사옥을 지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SR 관계자는 “아직 서울 본사 내 조직체계가 정해지지 않아 사옥 건립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수서역 인근 그린벨트가 풀리면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땅값이 올라 토지 매입 비용을 만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