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년, 형체를 잃은 자동차, 그리고 라나플라자 참사 현장 ⓒ사바르_윤승민



보름여를 준비해 방글라데시에 갔습니다. 국제부 기자면서 해외 출장 한 번 못가는 거 아닌가 생각하던 차에, 4월초부터 기획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기획안 작성부터 섭외까지 부장 이하 부서 선배들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출국 전날, 세월호가 침몰했습니다. 오전에 나온 지면 계획이 뒤엎어질때까지 얼마나 큰 일이 '터졌는지'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방글라데시에 있으면서도, '세월호' 이슈가 한국을 뒤덮었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떠도는 여러 소문들을 보며, 얼마나 언론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나 깨달았습니다. 학교 다닐 때 SNS는 '날 것'을 전달해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어떤 학우의 말에 동의했었습니다. 기자가 돼야겠다고 맘 먹기전에 '언론은 신뢰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던 겁니다. 기자가 된 지금 그 때를 생각하니 어안이 벙벙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슬퍼해야 하는데, 솔직히 제 기사가 계획보다 늦게 실리는 게 신경쓰였습니다. 처음엔 국제뉴스를 많이봐서, 얼마나 상황이 심각한지 모르니까 그렇게 생각하나보다 싶었습니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폭탄이 터져 수백 수천 수만명이 죽어가고 있지만, 그게 일상이 되면 지면 기사가 되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사실, 그건 제 직업 탓이 아니었습니다. 원래 감수성이 썩 발달하지 않았고, 여전히 무지해서 세월호 참사가 얼마나 슬픈 일인지 이해하지 못했던 겁니다. 기사를 쓰면서, 제 기사가 밀리는 것만 탓하는 이기적인 기자가 된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 몇백명이 죽어가는데, 1년전 다른 나라에서 1100여명이 죽었다고, 이것도 그만큼 슬프고 중요한 일이라고 하는 건, 왠지 슬픔을 강요하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기사를 봐달라고 어디다 직접 말하지 못한 건 그 때문입니다. 그냥 이런 후기를 빌어, '이런 기사가 있구나' 알려드리고 싶어서 이 글을 써봤습니다.


'세월호'의 결론은 어떻게 나야할까요? 답이 없는 질문인줄 알면서도 자문해 봤습니다. 가장 모범적인 답은 '이 일을 계기로 다시는 이 땅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해봤습니다. 그런데 삼풍 백화점도, 성수대교도, 다 이런 결론으로 매조짓지 않았던가요. 그래서, 앞으로도 현실이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아서,  더 많은 사람들이 슬퍼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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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