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펜싱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남자 사브르 선수들이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준호, 구본길, 김정환, 오상욱. 진천 | 연합뉴스

지난 6일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펜싱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남자 사브르 선수들이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준호, 구본길, 김정환, 오상욱. 진천 | 연합뉴스

“개인전보다 2~3배는 더 큰 환희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올해 펜싱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금메달 2개를 목에 건 김정환(35·국민체육진흥공단)은 다가오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사브르 대표로 출전하지만 개인전엔 나서지 못한다. 아시안게임에서는 종목별로 ‘1국가당 2명씩’만 개인전에 나설 수 있는데, 세계랭킹 3위인 김정환 대신 5위인 후배 오상욱(22·대전대)이 출전한다. 아시안게임 대표를 선발하던 지난 5월말에는 세계선수권 결과가 반영되지 않아 오상욱의 랭킹이 더 높았던 탓이다. 

가장 좋은 기세를 보일 때 아시안게임 개인전 출전이 무산돼 아쉬울법 했지만 지난 6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만난 김정환은 “후배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다”는 말과 함께 단체전의 매력을 설명했다. 홀로 15점을 따야하는 개인전과 달리 단체전은 출전 선수들이 돌아가며 대개 5점씩을 나눠서 딴다. 피스트에 설 때마다 상대 선수가 바뀌기도 한다. 김정환은 “나를 이겼던 상대 선수를, 팀 동료가 다시 맞붙어 이겼을 때의 쾌감이 쏠쏠하다”고 했다. 단체전을 김정환과 함께 치르는 오상욱도 “모두가 하나돼 승리할 때의 기분이 정말 짜릿하다”고 말했다.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남자 사브르팀은 분위기도, 조합도 여느 때보다 좋다. 김정환과 구본길(29·국민체육진흥공단) 베테랑 2명에, 신예 오상욱과 김준호(24·국군체육부대)가 짝을 이뤄 세계랭킹 1위가 됐다. 후배들의 강한 체력과 패기를 선배들이 경험으로 뒷받침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도 단체전 금메달을 걸었던 김정환은 “경기를 하다 심판의 오심이 나오더라도 동요하지 말라고 이야기 한다”며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신발끈을 고쳐매는 것, 헬멧을 벗고 땀을 닦는 것까지 모두 계산해가며 경기를 치르도록 많이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서로를 잘 아는만큼 경기를 치르면서 우리 팀의 실수, 상대방의 특징을 잘 잡아내 빨리 소통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오상욱은 “형들이 하라는대로만 따라하면 단체전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 같다”며 신뢰를 보낸다. 그런 후배들에게도 김정환이 고마운 것은 있다. 김정환은 “후배들이 워낙 열심히 훈련하기에 위기감을 느끼고 저도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게 됐다”며 “체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 후배들에게 ‘훈련 파트너’가 되달라고 부탁하면 흔쾌히 도와줘 고맙다”고 했다.

세계 정상의 자리에 선 남자 사브르팀에겐 아시안게임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다. 김정환은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현재 팀 멤버가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함께하면 계속 세계 대회를 휩쓸 수 있을 것만 같다”고 했다. 하지만 김정환은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국가대표 자리를 양보할 계획이다. 그래서 김정환은 더 각별한 마음으로 막판 훈련에 힘쓰고 있다. “지금의 멤버들과 호흡을 맞출 마지막 기회일 것 같은데, 끝나면 만감이 교차할 것 같아요.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훈련에 매진하다보면 좋은 결과로 마무리할 수 있겠죠.”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