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윤석민(왼쪽)과 삼성 우규민. 김기남 기자·삼성 라이온즈 제공

KIA 윤석민(왼쪽)과 삼성 우규민. 김기남 기자·삼성 라이온즈 제공

올 시즌 KBO리그에서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 바로 오랜 기간 꾸준한 모습을 보여온 선발 투수들의 집단 부진이다. 평균자책점 10점대를 넘긴 장원준(두산)을 비롯해 팀 동료 유희관, 삼성의 윤성환, LG의 차우찬까지 리그를 대표하던 국내파 선발들이 들쭉날쭉한 피칭을 거듭하고 있다. 초반 일시적 부진일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장원준과 유희관은 자리가 불펜으로 바뀌기도 했다.

부상과 부진으로 선발을 일찌감치 내려놓은 투수들도 있었다. 그런데 이 보직 변경이 뜻밖에 기대 이상 성과로 이어진 경우들도 있다.

KIA의 마무리가 된 윤석민이 대표적이다. 지난 7월31일까지 윤석민의 성적은 3패·6세이브. 26이닝 동안 19점을 내줘 평균자책점은 6.58이다. 하지만 1년여의 재활 직후 가졌던 세 차례의 선발 등판을 빼면 얘기가 달라진다. 마무리 전환 후 10경기에서 10이닝 3자책점. 평균자책점은 2.70까지 떨어진다. 아직 블론세이브도 없다.

어깨 부상 여파 탓에 윤석민은 일정한 간격으로 등판이 가능한 선발로 복귀했지만, 성적이 신통치 않아 보직을 마무리로 바꿨다. 경기 막판 적은 점수 차를 지켜내야 하는 마무리 역할이 윤석민에게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광주 롯데전에서 4-1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탈삼진 3개, 퍼펙트로 막는 등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은 듯한 모습으로 우려를 잠재웠다.

선발 등판 때 140~141㎞ 수준이던 직구 평균 구속이 마무리로 나서면서 140㎞대 중반에 형성되기 시작했다. 주무기였던 슬라이더만큼이나 체인지업을 쏠쏠하게 구사하면서 좋은 결과를 냈다. 2015시즌 풀타임 마무리로 30세이브를 올렸던 경험도 무시할 수 없다. 그간 거액의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고도 몸값을 못한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지만, 선발·마무리 자리를 확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던 KIA 마운드에 윤석민의 안정적인 활약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우규민도 선발 아닌 불펜에서 제 몫을 하며 삼성의 상승세에 보탬이 되고 있다. 허리 통증 여파로 지난 5월에서야 시즌을 시작한 우규민은 올 시즌 아직 선발로 한 차례도 등판하지 못했다. 5월에 홀드를 3개 따내긴 했지만 10이닝 6실점, 평균자책점 5.40에 그쳤다. 삼성과의 FA 계약이 실패사례로 남는 듯 했다.

6월부터 조금씩 안정세를 찾아가던 우규민은 어느덧 평균자책점을 3.26까지 떨어뜨렸다. 장필준과 최충연, 심창민 등 박빙의 점수 차에 나서는 핵심 불펜의 역할은 아니지만, 선발진이 일찍 무너졌을 때 1~2이닝을 막아내는 역할을 꾸준히 하고 있다. 옆구리에서 나오는 최고구속 140㎞ 초반대의 속구는 사이드암 투수로서 여전한 강점이다. 지난달 27일 광주 KIA전에서는 연장 11회초 나와 2점을 내주며 시즌 첫 패를 안는 듯 했지만, 타선이 11회말 3점을 뽑아 역전해 승리 투수가 되는 행운도 따랐다. FA 계약 당시의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여름 상승세를 탄 삼성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지난 시즌 선발과 불펜 사이에서 방황하면서 제 몫을 해내지 못한 한화 이태양도 올 시즌은 필승조 요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2승2패·9홀드에 평균자책점 2.61로 7월을 마쳤다. 지난달 31일 대전 KT전에서 8회초 결승 홈런을 맞고 패전을 떠안았지만 올 시즌 한화의 상승세 뒤엔 허리를 받치는 이태양의 역할을 부정할 수 없다. 시즌 초반의 압도적인 모습까지는 아니지만, 역시 최근 몇 년간 선발로도, 불펜으로도 제자리를 못 찾던 같은 팀 송은범도 올 시즌 불펜으로 완벽히 전업해 4승3패·7홀드, 평균자책점 2.56을 기록하며 불명예를 씻어가고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