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 심문 앞두고 숨진 ‘커피왕’ 강훈

‘할리스커피’ ‘카페베네’ ‘망고식스’ 등 유명 카페 프랜차이즈를 성공으로 이끌어 ‘커피왕’으로 불렸던 강훈 KH컴퍼니 대표(49)가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원룸 월셋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초경찰서는 25일 강 대표가 전날 오후 5시46분쯤 자택 화장실에서 숨져 있는 것을 회사 직원이 발견했다고 밝혔다. 직원은 강 대표와 연락이 닿지 않자 집을 찾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강 대표가 타살된 혐의점이 없다며 최근 회사 경영난으로 힘겨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강 대표가 회사 운영이 어려워져 금전적으로 힘들어했다. 23일 지인에게 처지를 비관하는 듯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 문자메시지에서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KH컴퍼니와 KJ마케팅이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을 언급하며 “많이 힘들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강 대표는 14년 전 아내와 이혼한 뒤 가족들과 떨어져 살고 있었으며, 이달 초 반포동의 원룸으로 이사했다고 한다. 강 대표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26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계획이다.

강 대표는 1992년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해 마케팅, 판촉 업무 등을 담당하다 1997년 스타벅스 브랜드 론칭 태스크포스(TF)로 발령받았다. 그는 바리스타 교육을 받으면서 미국 스타벅스의 경영 노하우를 배웠으나 외환위기로 스타벅스 국내 론칭이 연기되자 1998년 할리스커피를 공동창업했다. 자본금 1500만원으로 강남역 지하 46.2㎡(14평) 매장에서 시작된 할리스커피는 5년 만에 40여개로 매장이 늘어 대표 커피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강 대표는 이후 할리스커피를 매각한 뒤 2010년 카페베네 사장이 됐다. 카페베네는 연매출 1000억원, 최단기간 최다 매장 확장 등의 기록을 세웠다. 카페베네는 커피 프랜차이즈로는 처음으로 톱스타들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면서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강 대표는 2010년에는 KH컴퍼니를 세우고 이듬해 디저트 전문점 망고식스를 선보였다. 또 지난해 KJ마케팅을 인수해 커피식스·쥬스식스도 론칭했다. 그러나 스타벅스에 버금가는 토종 브랜드를 만들려는 의도와 달리 디저트 전문 카페업에선 빛을 보지 못했다. 상권 포화로 가맹점을 늘리지 못했고, 결국 매장 수가 줄어들며 매출도 적자로 전환됐다.

강 대표는 최근 직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경영난에 시달렸다. 결국 강 대표는 이달 중순쯤 서울회생법원에 KH컴퍼니와 KJ마케팅의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KH컴퍼니 회생 사건을 담당하던 서울회생법원 13부(재판장 이진웅 부장판사)는 이날로 예정됐던 대표자 심문기일을 연기했다.

윤승민·노정연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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