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판매중인 보청기 가격이 제품별로 최대 9.5배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력이 비슷한 제품 사이에서도 가격차가 3배 가까이 났다. 일부 제품은 의료기기법에서 요구하는 기재사항을 표시하지 않았다.

사단법인 소비자시민모임은 시중에서 판매중인 귀걸이형 보청기 7개 제품의 가격 및 성능결과를 분석해 24일 이같이 밝혔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시중에서 ‘보급형·경제형’ 등으로 광고중인,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보청기 제품 중 업체들로부터 제품 정보를 수집할 수 있던 것들을 분석 대상으로 정했다.



각종 보청기들의 모습 | 경향신문 자료사진


판매가격이 가장 싼 보청기는 일본 리오네트의 제품으로 19만원이었다. 반면 스위스 포낙, 미국 스타키, 독일 지멘스의 보청기는 180만원으로, 가장 싼 제품의 9.47배 수준이었다. 판매가격(대리점이나 홈페이지, 홈쇼핑에서 표시한 가격)과 실제 구매가격과의 차이도 컸다. 덴마크 오티콘 브랜드의 제품은 판매가격이 170만원이었으나 실제로는 75만원에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대한보청기도 판매가는 120만원, 구매가는 절반인 60만원이었다.

성능이 비슷한 제품 사이에서도 가격 차이가 컸다. 채널이 4개인(주파수를 4개 구간으로 분할이 가능한) 제품 기준으로 스타키의 구매가는 162만원으로, 가장 싼 대한보청기의 60만원보다 2.7배 비쌌다.



보청기 시험 대상 제품 (자료 : 소비자시민모임)


보청기가 의료기기로 분류돼 있음에도 의료기기법을 준수하지 않은 제품은 7개 중 3개였다. 의료기기법은 제품명과 제조·수입업자의 정보, 제조번호 및 허가번호, 중량 등을 의료기기에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지멘스 보청기는 이러한 정보를 모두 표기하지 않았다. 대한보청기는 제조번호를, 딜라이트는 제조년월일을 각각 누락했다.

7개 제품의 품질은 소비자시민모임의 품질 기준에는 모두 적합했다. 다만 보청기 내 소모품인 전지의 수명은 제품별로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스타키 제품 내 전지 수명은 135시간, 딜라이트의 전지 수명은 413시간으로 각각 측정됐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단체들이 공동 운영하는 소비자상담센터(국번없이 1372)에서는 보청기 관련 상담이 매년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3년 336건, 2014년 411건에 이어 지난해 412건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체 의료용구 중 9.3%에 해당하는 수치다. 소비자시민모임은 “보청기 제품은 브랜드별, 브랜드 내 제품 사양별 가격 차이가 클뿐 아니라 판매점의 할인율에 따라 가격 차이도 크다”며 “소비자들이 다양한 제품의 사양 및 가격을 비교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다양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