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선수들이 2일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 덴마크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한 뒤 서로 뒤엉켜 기뻐하고 있다. 니즈니노브고로드 | AP연합뉴스

크로아티아 선수들이 2일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 덴마크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한 뒤 서로 뒤엉켜 기뻐하고 있다. 니즈니노브고로드 | AP연합뉴스

‘11m의 룰렛’의 잔혹함을 이겨낸 크로아티아가 20년만의 8강 티켓을 따냈다.

크로아티아는 2일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 덴마크전에서 전·후반과 연장전에서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3-2로 이겨 8강에 올랐다.

덴마크는 전반 1분, 크로아티아는 전반 4분 상대 골키퍼와 수비의 실수를 틈타 첫 골을 뽑았다. 하지만 이후 120여분 동안 두 팀의 창은 쉽사리 상대의 방패를 뚫지 못했다. 크로아티아는 22번, 덴마크는 15번의 슈팅을 때렸지만 대부분 무위에 그쳤다. 점유율은 53%-47%로 팽팽했지만 이렇다할 골 찬스가 나오지 않았다.

연장 후반에서 크로아티아는 결정적인 기회를 맞이했다.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가 길게 찔러준 스루 패스가 안테 레비치(프랑크푸르트)의 앞까지 배달됐다. 레비치는 덴마크 골키퍼 카스페르 슈마이켈(레스터 시티)를 제친 뒤 마티아스 예르겐센(허더즈 필드 타운)의 태클에 다리가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크로아티아가 승리를 눈 앞에 둔 상황에서 모드리치가 키커로 나섰다. 그러나 모드리치가 골문 오른쪽 아래로 찬 공을 따라 슈마이켈이 넘어졌다. 크로아티아가 눈 앞에 둔 승리를 그렇게 놓치는 듯 했다. 연장 후반 막판 공격에 박차를 가했지만, 경기는 승부차기까지 넘어갔다.

크로아티아가, 그것도 팀의 주장인 모드리치가 페널티킥을 놓친 가운데, 승부차기는 크로아티아에 불리해 보였다. ‘11m의 룰렛’으로 불리는 승부차기는 심리적 요인이 승패를 가른다. 크로아티아가 수세에 놓인 상황. 그러나 크로아티아 골키퍼 다니옐 수바시치(AS 모나코)가 덴마크의 첫번째 키커 크리스티안 에릭센(토트넘)의 킥을 손으로 막아내며 기류가 묘하게 흘렀다.

슈마이켈도 만만치 않았다. 수바시치가 골을 막으면, 슈마이켈이 이어서 막았다. 양 팀 네번째 키커까지 나섰을 때는 그랬다. 양 팀의 키커들은 골문 밖으로 공을 차는 실수를 범하지 않았지만, 두 골키퍼가 공을 두번씩 막아 2-2 상황.

덴마크의 다섯번째 키커인 니콜라이 예르겐센(페예노르트)이 가운데로 낮게 찬 공을, 수바시치가 발로 막아냈다. 수바시치는 몸을 골문 오른쪽으로 날렸지만, 발은 가운데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크로아티아의 5번 키커 이반 라키티치(바르셀로나)는, 슈마이켈이 몸을 날린 오른쪽 하단의 반대로 공을 굴려 승부를 마무리지었다.

첫 출전한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뒤 월드컵 16강 문턱을 넘지 못하던 크로아티아는, 승부차기에서 덴마크를 따돌리고 20년만에 8강에 올랐다. 덴마크 역시 1998 프랑스 대회 이후 20년만의 8강에 도전했지만 마지막 순간 승부의 여신으로부터 외면받았다. 크로아티아는 한국시간으로 오는 8일 오전 3시 소치 피시트 스타디움에서 16강에서 스페인을 꺾은 개최국 러시아와 4강을 놓고 겨룬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