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 유은총과 최일(북측)로 구성된 남·북 단일팀 혼합 복식조가 19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18 코리아오픈 탁구대회 혼합복식 16강 경기에서 한국 이상수와 전지희조와 경기에서 패한 후 셀카를 찍고 있다. 대전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남측 유은총과 최일(북측)로 구성된 남·북 단일팀 혼합 복식조가 19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18 코리아오픈 탁구대회 혼합복식 16강 경기에서 한국 이상수와 전지희조와 경기에서 패한 후 셀카를 찍고 있다. 대전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많이 아쉽지만, 함께 체계적으로 연습하면 더 강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19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신한금융 2018 코리아오픈’ 국제 탁구대회 여자복식 16강전을 마친 서효원(31·렛츠런파크)의 눈가엔 물기가 맺혀 있었다. 남북의 여자 탁구를 대표하는 두 선수의 여정은, 만리장성의 높은 벽에 막혀 16강에서 막을 내렸다. 하지만 패배의 아쉬움보다 희망이 더 컸다. 남·북 단일팀을 향한 관중들의 아낌없는 성원 속에서, 하나된 남·북 탁구가 세계 정상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서효원과 2016 리우 올림픽 탁구 여자단식 동메달리스트 김송이(24)로 구성된 단일팀 여자 복식조는 이날 16강전에서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주위링-2위 왕만위(이상 중국) 조에 풀세트 끝에 2-3(12-10 5-11 11-3 10-12 9-11)으로 졌다. 먼저 두 세트를 따내고 4세트에서도 매치포인트를 먼저 기록해 이변의 주인공이 되는 듯 했다. 5세트에서도 5-9로 뒤지다 9-9까지 따라붙었지만 막판 중국의 집중력이 한 뼘 앞섰다. 긴팔을 이용해 테이블 구석을 찌르는 중국의 강타에 범실이 잇따르면서 마지막 두 세트를 내줬다.

서효원도 막판 범실을 잊지 못했다. 서효원은 “4세트 매치포인트 상황에서 중국 주위링이 서브 형태를 바꿨는데, 과감하게 대응하지 못해 세트를 내줬다”며 “5세트 막판 잇단 범실로 점수를 내줘 (김송이에게) ‘미안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송이는 “나도 전에 범실을 하지 않았나. 괜찮다”며 사흘 만에 멋진 호흡을 일궈낸 파트너를 위로했다.

가장 큰 기대를 받은 단일팀 복식조는 패했지만, 단일팀은 ‘하나가 되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남·북의 남자 단식 에이스 이상수(28·국군체육부대)와 박신혁(북측)으로 이뤄진 단일팀 남자 복식조는 이날 열린 16강전에서 패트릭 바움(독일)-토마스 케이나스(슬로바키아) 조를 3-0(11-4 11-5 11-4)으로 완파하고 20일 열리는 8강전에 올랐다.

결과만 좋았던 게 아니다. “함께 더 많이 훈련하면 서로 더 많이 배우고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던 탁구 관계자들의 말이 현실이 됐다.

서효원은 호흡을 맞춘 김송이에 대해 “배울 게 많다”고 칭찬했다. 북측의 차효심과 혼합 복식조를 이룬 장우진(23·미래에셋대우)은 “(차)효심이 누나가 남자 선수의 공도 무서워하지 않고 여유있게 경기했다. 계속 경기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함께 훈련한 선수들도, 경기를 지켜본 관중들도 하나가 됐다. 혼합 복식 16강에서 패한 단일팀 최일(북측)-유은총(25·포스코에너지)은 경기 후 ‘셀카’를 찍으며 “인화해서 나눠가지고 좋은 추억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충무체육관 4400여석의 절반 이상을 채운 관중들도 단일팀 선수들이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고 동점과 역전을 이룰 때마다 큰 환호성으로 분위기를 달궜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