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남 장우진-북 차효심 혼합복식조, 코리아오픈 탁구 홍콩 꺾고 4강 진출
ㆍ북측 선수들에게도 배울 점 발견…더 호흡 맞추면 세계 정상도 멀지 않아

<b>남북 지도자 품에 안긴 선수들</b> 한국 장우진(오른쪽)-북한 차효심이 19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18 코리아오픈 탁구대회 혼합복식 8강전 홍콩과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으로 승리해 4강 진출에 성공한 뒤 한국 선수는 북한 지도자에게 북한 선수는 한국 지도자의 품에 안기고 있다. 대전 | 연합뉴스

남북 지도자 품에 안긴 선수들 한국 장우진(오른쪽)-북한 차효심이 19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18 코리아오픈 탁구대회 혼합복식 8강전 홍콩과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으로 승리해 4강 진출에 성공한 뒤 한국 선수는 북한 지도자에게 북한 선수는 한국 지도자의 품에 안기고 있다. 대전 | 연합뉴스

사흘은 탁구 복식조가 호흡을 맞추기에 충분한 시간은 아니었다. 남과 북으로 오랜 시간 나뉘어 있던 탁구 단일팀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관중들의 아낌없는 성원 속에서, 하나 된 남북 탁구는 세계 정상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신한금융 2018 코리아오픈’ 국제 탁구대회 혼합복식에 참가한 장우진(23·미래에셋대우)-차효심(24·북측) 조는 19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16강전과 8강전을 잇달아 이겨 준결승에 진출했다.

장우진-차효심 조는 16강에서 혼합복식 세계랭킹 3위 웡춘팅-두호이켐(이상 홍콩) 조를 3-1(8-11 11-8 11-9 11-8)로 꺾었다. 첫 세트도 먼저 내줬고, 두 번째 세트도 2-7까지 크게 뒤져 패색이 짙었다. 차효심이 장우진에게 “괜찮다, 할 수 있다”고 격려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2세트에서 11-8 역전극을 만들더니 내리 두 세트를 따내 예상 밖 승리를 거뒀다.

8강전에서는 혼합복식 세계랭킹 공동 19위인 홍콩의 호콴킷-리호칭 조를 3-0(13-11 11-4 11-8)으로 물리쳤다. 정보가 많지 않은 까다로운 상대에 1세트 6-9까지 뒤졌지만 상대 범실을 틈타 10-10으로 따라붙었고, 차효심이 과감한 공격으로 승리를 가져왔다. 이후 홍콩은 당황한 듯 실수를 연발했고, 단일팀은 손쉽게 경기를 풀어갔다.

장우진은 “호흡을 맞출 시간이 없어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참가했는데, (차)효심 누나가 경기 중간 잘 다독여주고 침착하게 어려운 공을 잘 처리해줘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장우진-차효심 조는 20일 4강전에서 대만의 첸치엔안-첸이칭 조와 결승 진출을 놓고 다툰다.

이외에도 이날 출전한 단일팀 복식조들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남자 복식 이상수(28·국군체육부대)-박신혁(24·북측) 조는 16강전에서 패트릭 바움(독일)-토마스 케이나스(슬로바키아) 조를 3-0(11-4 11-5 11-4)으로 완파하고 8강전에 올랐다. 여자 복식 서효원(31·렛츠런파크)-김송이(24·북측) 조는 16강전에서 탈락했지만, 여자 세계랭킹 1위 주위링-2위 왕만위(이상 중국) 조에 풀세트 접전을 벌이는 성과를 거뒀다.

“함께 더 많이 훈련하면 서로 더 많이 배우고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던 탁구 관계자들의 말은 현실이 됐다. 장우진은 “효심 누나로부터 기본기와 볼처리 등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서효원은 김송이에 대해 “함께 체계적으로 연습하면 더 강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선수들도 관중들도 하나가 됐다. 혼합 복식 16강에서 패한 단일팀 최일(25·북측)-유은총(25·포스코에너지)은 경기 후 ‘셀카’를 찍으며 “인화해서 나눠 가지고 좋은 추억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충무체육관을 채운 탁구 팬들도 단일팀 선수들이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고 역전을 이룰 때마다 환호성으로 분위기를 달궜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