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나주환.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SK 나주환.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KBO리그 득점권 타율 순위를 가만히 살펴보면 의외의 이름이 하나 있다. 안치홍(KIA), 김현수(LG), 양의지(두산) 등 이름난 중심타자들과 SK에서 하위타선을 맡은 나주환이 4할이 넘는 득점권 타율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14일 경기 전 기준 나주환의 득점권 타율 4할1푼3리는 시즌 타율(0.274)를 아득히 넘는다.

최근 들어 나주환은 높은 득점권 타율이 무색하게도 ‘클러치 히터’의 모습을 잃었다. 지난 7일 문학 삼성전 이후 5경기에서 타점을 추가하지 못했다. 안타도 2개 더 하는데 그쳤다. 홈런이 아니면 좀처럼 점수를 뽑지 못하던 SK도 이 기간 타선의 침체에 시달렸다.

14일 서른네번째 생일을 맞은 나주환이 9번 타순에서 ‘클러치 히터’ 본능을 발휘해 호투하던 KIA 선발 윤석민을 무너뜨리고 팀 승리를 이끌었다. SK는 이날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KIA전에서 나주환의 7회초 3점 홈런 등 4타점 활약을 앞세워 9-2 승리를 거뒀다.

어깨 수술 후 올 시즌 세번째 선발 마운드에 오른 윤석민은 이날 예상 밖 호투를 기록했다. 1회초 한동민에게 투런 홈런-최정에 솔로 홈런을 맞았지만 2회초 행운이 따랐다. 1사 3루에서 노수광의 스퀴즈 번트가 실패했고, 홈으로 달려들던 3루주자 김성현이 그대로 태그아웃됐다. 이후 더 이상 실점하지 않고 6회까지 투구수 54개로 잘 버텼다. KIA는 4회말 안치홍의 2점 홈런으로 3-2 한 점차까지 뒤쫓았다.

윤석민에게 이른 타이밍에 승부하다 재미를 보지 못한 SK 타선은 7회초 끈질긴 승부로 돌파구를 찾았다. 선두 이재원이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골라나갔다. 1사 1·3루에서 김성현의 3루 땅볼 때 3루주자 김동엽이 홈에서 태그아웃돼 2사 1·2루가 된 상황. 9번 나주환이 다시 끈질긴 승부로 승부에 불을 지폈다.

윤석민이 130㎞대 슬라이더와 120㎞대 체인지업, 140㎞ 초반의 속구를 번갈아 던지자 이를 7개 연속 파울로 만들었다. 그리고 11구째,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살짝 넘겼다. 윤석민의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와 KIA의 추격의지가 순식간에 꺾였다.

KIA는 7회말 2사후 연속 볼넷으로 1·2루를 만들었지만 로저 버나디나가 우중간을 가른 타구가 우익수 한동민의 다이빙 캐치에 막혔다. 8회말에는 1사 만루 찬스를 잡았지만 이범호와 나지완이 연속 삼진으로 물러나 추격에 실패했다.

나주환은 9회초 1사 2·3루 상황에서도 이민우를 상대로 끈질긴 승부로 풀카운트 접전을 벌여 1타점 희생 플라이를 추가했다. 나주환은 “따로 생각하지 못했는데, 경기 전에 지인들이 ‘생일마다 좋은 기록을 냈다’고 알려줘 기분 좋게 경기를 치렀다”며 “변화구를 노리고 타석에 들어섰는데 마침 슬라이더가 들어와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전날 KIA전 5연패를 끊은 SK는 광주 원정 3연전을 2승1패 위닝시리즈로 끝냈다. 윤석민은 이날 시즌 최다인 7이닝을 건강히 소화했다는 데 만족해야 했다. SK 선발 앙헬 산체스는 7이닝 3피안타 6탈삼진 2실점 호투로 시즌 6승째를 따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