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임기영.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KIA 임기영.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괜히 조심스러워지더라구요.”

지난 11일은 KBO리그 휴식일이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최종 엔트리를 발표하는 날이었다. 그날 임기영(25·KIA)은 휴식일을 맞아 집에서 분리수거와 대청소에 한창이었다. 그러다 전화로 대표팀 합류소식을 뒤늦게 알았다고 했다. 박종훈(SK)과 박치국(두산)과 함께 3명이 대표팀의 옆구리 투수로 뽑혔다.

지난 12일 프로야구 광주 SK전에 앞서 만난 임기영은 “부모님은 대표팀 발탁 소식을 듣고 좋아하시더라”며 “저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사실 올해 성적이 좋지않아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다”고 했다. 어깨 부상 탓에 지난 4월21일에야 1군에 합류했고, 그 여파 때문인지 선발 등판 때마다 6이닝을 넘기지 못하고 평균자책점도 6점대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8승6패·평균자책점 3.65에 완봉까지 2번 해낸 ‘깜짝 활약’은 온데간데 없었다.

임기영은 대표로 거론됐으나 고배를 마신 다른 사이드암 투수들의 이름을 거론했다. “(고)영표 형, (심)창민이도 기록이 좋았고, (한)현희도 좋았다”며 “지난해 성적이라면 저도 대표팀 발탁을 기대했을텐데 이번엔 마음 비우고 있었다”고 했다.

그렇다고 최근 임기영의 성적이 대표가 되기에 부적합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윤석민의 합류와 함께 임기영은 선발이 아닌 스윙맨으로 보직이 바뀌었지만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지난 3일 광주 두산전에서 1.2이닝 2실점으로 부진한 ‘불펜 복귀전’을 치렀지만, 이후 3경기에서는 7.2이닝 무실점으로 2승·1홀드를 따냈다. 12일 경기에서도 임기영의 역할이 컸다. 선발로 예정됐던 헥터 노에시가 경기 전 장염 증세로 갑작스레 등판을 취소했고, 프로에서 선발 경험이 없던 황인준이 3이닝을 겨우 막아냈다. 4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임기영이 3.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는 동안 KIA는 안치홍이 결승점을 뽑아 승리했다.

큰 경기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도 임기영의 장점이다. 지난해 생애 첫 한국시리즈 선발 등판 때 5.2이닝 6피안타 6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시즌 후 나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때는 대만을 상대로 7이닝 2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냈다. 임기영은 “시즌 때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긴장했던 적은 있어도 큰 경기에서는 긴장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절박함이 더해졌다. 임기영은 경기 후 “선발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 힘들었다. 불펜에서는 더이상 밀리면 안된다는 간절함이 있었다”며 “매 이닝이 그날 경기 마지막 이닝이라는 각오로 던지겠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