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안치홍이 지난달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넥센과의 경기에서 1회초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고척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KIA 안치홍이 지난달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넥센과의 경기에서 1회초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고척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4년 전, KIA 안치홍(28)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해 타율 3할3푼9리, 18홈런에 88타점. 당시 개인 최고 기록을 올렸지만 국가대표 자리는 주어지지 않았고, 그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오가는 중에 시즌 후 경찰 야구단 입대를 택했다.

지난 11일 안치홍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대표팀 엔트리를 두고 언제나 이견이 오고가기 마련이지만 안치홍만은 예외였다. 리그 유일의 4할타자에, 득점권 타율 또한 1위였다.

그리고 이튿날, 안치홍은 자신이 대표팀에 뽑힌 이유를 스스로 증명했다. 12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SK-KIA전에서 안치홍은 4타수 2안타 1홈런 4타점으로 팀의 4-0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전까지 7승으로 다승 공동 5위를 달리던 SK 김광현-KIA 헥터 노에시 선발 맞대결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헥터가 경기 전 장염 증세 탓에 선발로 오르지 못했고, KIA는 부랴부랴 프로 선발 경험이 없는 황인준을 선발로 냈다. 김광현은 잘 던지다 4회말 투구 도중 팔꿈치에 찌릿함을 느꼈고, 5회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경기는 뜻밖에도 투수전 양상으로 흘렀다. KIA는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황인준에 이어 임기영이 3.2이닝을 잘 막았다. 7회초 2사 1·2루 위기를 맞고 임기영이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김윤동이 후속 타자 한동민에 2루 땅볼을 유도해 급한 불을 껐다.

승부의 추를 기울인 건 이날 생일을 맞은 로저 버나디나와 안치홍이었다. 6회초 1사 후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얻어 출루한 버나디나는, SK 두번째 투수 김태훈이 안치홍에 던진 초구에 과감히 도루를 감행했다. 타이밍을 뺏은 버나디나는 포수의 송구보다 훨씬 앞서 2루를 밟았다. 그리고 이어진 안치홍의 우전안타 때 버나디나는 넉넉히 홈을 밟았다.

투수전이 이어진 8회말에도 버나디나와 안치홍이 빛났다. 1사 후 김선빈이 2루타를 치고 나갔고, 버나디나는 3루 선상으로 흐르는 느린 땅볼을 자신의 빠른 발로 내야안타로 바꿨다. 1사 1·2루, 다시 득점권에 타석에 들어선 안치홍은, SK 윤희상의 4구째 시속 146㎞ 속구를 구장 가장 오른쪽 외야로 넘겼다. 안치홍이 이날 경기 4번째 타점을 올리며 스스로 팀 승리에 쐐기를 박은 순간이었다.

안치홍은 경기 후 홈런 상황에 대해 “한점차라 점수를 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상대 투수(윤희상)가 포크볼이 주무기라 존을 높게 설정하고 있었는데, 높은 실투를 홈런으로 연결했다”고 말했다. 안치홍은 이날 2안타로 시즌 타율을 4할1푼5리로 더 끌어올렸지만 “4할 타율에 신경쓰다보면 나도 모르게 소극적 스윙을 하게 된다”며 “안맞더라도 내 스윙을 하자는 생각이었는데 마지막에 좋은 타구가 나왔다”고 했다.

KIA는 헥터 없이도 황인준이 3이닝, 임기영이 3.2이닝, 김윤동이 2.1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아 팀 영봉승에 성공했다. SK 상대 5연승의 기쁨도 함께 누렸다. SK는 이날 안타 6개, 볼넷 6개를 얻어내고도 단 한 점도 내지 못해 무릎을 꿇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