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배구 국가대표팀에 소집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전광인. 윤승민 기자


“더 좋은 환경에서, 더욱 즐겁게 배구를 하고 싶었습니다.”

V리그 남자부 한국전력을 오랜 기간 이끌어오던 간판 공격수 전광인(27)이 소속팀을 떠난다. 남자부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이자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에 소집된 전광인은 9일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3일쯤 한국전력 단장과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팀을 떠나겠다는 결심을 전했다”고 말했다.

전광인은 “팀이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 돌입하기 전 결심을 전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며 “다행히 단장님과 감독님이 저의 결심을 좋게 봐주셨다”고 했다. 한국전력 김철수 감독은 전광인에게 “어떤 선택을 하든 응원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한국전력 동료들과도 결심을 밝히고 인사를 마쳤다고 했다. 지난해 FA 자격을 얻어 원소속팀 한국전력과 연봉 4억3000만원에 3년 계약을 맺은 단짝 서재덕(29)으로부터도 “더 좋은 환경에서 선수 생활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격려를 들었다.

전광인은 이적을 결심한 계기에 대해 “지난 시즌을 돌아보니 배구를 전보다 즐기면서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광인은 지난 시즌 서재덕이 무릎 부상으로 시즌 대부분을 뛰지 못한 가운데 한국전력의 주장을 맡아 고군분투했다. 서재덕과 분담했던 수비 부담을 떠안는 가운데 주장으로 어린 선수들까지 챙겨야했다. 다만 오랜 뛴 구단에 결심을 전하기 전까지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전광인은 “좋은 쪽으로 구단과의 관계가 마무리 된 것같다”며 마음을 놓았다.

새 행선지의 기준으로 전광인은 “배구를 즐기면서 할 수 있고 평소 좋지 않은 몸상태를 잘 케어해줄 수 있는 팀”을 들었다. 전광인은 매 시즌 고질적인 무릎 부상을 안고 경기를 뛰어왔다. 만년 하위팀 한국전력을 봄배구 후보 팀으로 만드는 동안에도 이루지 못한 우승 꿈도 밝히며 “즐기면서 배구하다보면 좋은 성적도 나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배구를 한다는 데 두려움도 있지만, 전광인은 “선수들이 더 활발하게 팀을 옮겨야 이적시장도 활성화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전광인은 아직 새 행선지를 밝히지는 않았다. 남자부 최고 연봉(현재 5억원)을 받을 것이라는 등 여러 설이 떠도는 가운데 현대캐피탈과 KB손해보험이 유력 행선지로 거론되고 있다. 전광인의 행선지는 이르면 원소속팀 외 구단과의 FA 2차 협상이 시작되는 오는 15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