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에스밀 로저스. 넥센 히어로즈 제공

넥센 에스밀 로저스. 넥센 히어로즈 제공

29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넥센-KIA전. 7회말이 끝난 뒤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넥센 선발투수 에스밀 로저스와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된 KIA 안치홍이 서로의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려다 신경전을 벌였다. 로저스가 안치홍을 향해 무언가를 말하는 장면이 TV 중계화면에 잡혔다. 둘은 잠시간 눈빛을 주고받았고, 로저스가 김민성에게 떠밀리듯 더그아웃으로 들어가자 상황이 끝났다.

또다시 로저스로부터 무슨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 로저스는 지난 3월24일 시즌 개막전에서 한화 선수들을 손으로 툭툭 치면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었다. 한화는 로저스의 전 소속팀이긴 했지만, 로저스의 깜짝 스킨십 대상은 로저스와 함께 한화에서 뛴 적은 없었다.

넥센 관계자는 “로저스가 안치홍을 상대로 몸쪽 승부를 많이 벌였다”며 “로저스는 안치홍이 자신의 몸쪽 승부를 향해 불만을 표한 것으로 착각하고 그같이 행동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치홍은 실제로 불만을 표할 생각은 없었는데, 로저스가 오해를 한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화면상으로 로저스에 비해 안치홍은 화가 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이후 양 팀 선수들간 큰 충돌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김기태 감독이 로저스의 행동이 부적절했다는 취지로 심판에게 찾아가 항의하는 선에서 그쳤다. 경기 종료 후에는 양팀 주장인 KIA 김주찬과 넥센 김민성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로저스의 돌출성 행동은 아쉬웠다. 넥센은 선수단 안팎의 사건들로 흔들리고 있다. 수감 중인 전직 대표이사가 재임하던 때 선수를 트레이드하면서 몰래 뒷돈을 주고받았던 사실이 드러났고, 핵심 선수들은 성범죄 사건에 연루돼 엔트리에서 제외된 채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 사이 고등학교 재학시절 폭행 사건에 연루됐던 신인 안우진이 1군 엔트리에 오르며 또 다른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도 넥센은 KIA를 상대로 12-8 승리를 거뒀다. 부상에서 돌아온 김하성이 연타석 홈런을 때렸고, 박병호와도 연속 타자 홈런을 날렸다. 장단 18안타로 12득점을 뽑았다. 로저스도 나지완에게 허용한 2점 홈런 포함 5점을 내주며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에는 실패했지만, 7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나름대로 제 몫을 했다.

이날 승리를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좋은 계기로 삼을 수 있었다. 그러나 로저스가 순간의 감정을 참지 못해 좋아지던 분위기에 흠집을 냈다. 로저스의 이날 행동은 넥센이 최근 연루된 다른 사건들에 비해 심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팀에게 도움이 안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