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강백호. kt wiz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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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처럼 등장했던 슈퍼루키는, 그러나 혜성이 사라지듯 빠르게 잊혀지는 듯했다. 타구를 외야까지 훌쩍 날리던 모습이 어느샌가 보이지 않았다. 팀의 깜짝 상승세와 함께 주목받던 신인 강백호(19·KT)는 팀의 성적이 떨어지는 동안 빛을 잃어갔다.

잠잠했던 강백호가 오랜만에 거센 폭발음과 함께 빛났다. 직전 다섯 경기에서의 침묵을 깬, 프로 데뷔 첫 5안타 경기를 지난 20일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수원 NC전에서 치렀다. 이날 전까지 8번의 멀티 안타 경기(1경기 2안타 이상)는 있었지만 하루에 안타를 3개 이상 친 적은 없었다. 

안타의 순도가 결코 낮지 않았다. 첫 타석 좌중간 2루타로 출루한 뒤 황재균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팀의 결승득점을 올렸다. 팀이 2회초 바로 실점하며 3-1로 추격당한 뒤, 2회말 두번째 타석에서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2루타로 1루주자 심우준을 불러들였다. 이어 1사후 이진영의 우전 적시타 때 다시 홈을 밟아 득점도 하나 추가했다. 8회말에는 한달하고도 9일만에 손맛을 봤다. 김진성의 포크볼을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6타수 5안타에 4타점 3득점. 잊혀져가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강백호는 이날의 맹타를 ‘운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오랜만에 추가한 홈런도 ‘운 덕분’이었단다. “빠른 공을 대비하고 있었는데 포크볼이 들어왔다. 포크볼이 막 떨어질 때 잡아당겼다. 바람도 잘 불었고, 홈과의 거리가 가장 짧은 곳으로 공이 날아갔다.” 강백호의 홈런 타구는 페어지역 가장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도 다른 홈런에 비하면 짧은 105m였다.

강백호는 “좋지 않을 때는 잘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거나 펜스 앞에서 잡히곤 했다”며 “오늘은 잘 맞지 않은 타구에도 행운이 따랐다”고 했다. 강백호가 두번째 타석에서 기록한 2루타도 다소 빗맞은 타구였지만 좌익수 옆에 절묘하게 떨어졌다. 좌익수가 공을 바로 잡으려 슬라이딩한 사이 공은 펜스 앞까지 굴러갔고 강백호가 2루까지 닿았다.

그 운은 생각을 고쳐먹은 뒤부터 따르기 시작했다. 강백호는 “상대방에 대한 전력분석을 참고하긴 해도 경기 때는 신경 안쓰고 타석에 들어갔다. 그 정도로 생각이 많지 않았다”며 “4월이 돼 부진하면서 마음이 조급해지고, 생각도 많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얼마나 더 떨어지겠냐’고 마음 먹은 순간 컨디션이 좋아졌다”고 했다. 5월 들어서도 이날 경기전까지 폭발한 경기는 거의 없었지만 컨디션만큼은 예전보다 좋아졌다고 했다.

강백호는 다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제 프로에서의 경험도 조금씩 쌓였다고 했다. 어느덧 프로무대에 적응한 듯 했다. 이날 6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금민철을 향해 “민철이 형, 나이스 피칭”이라고 먼저 격려를 건네고, 고참 이진영의 농담도 여유롭게 받아쳤다. 강백호는 “아직 스스로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타격시 중심이동에 신경을 쓰고 있다. 시즌을 치를 수록 더 성장하고, 더 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