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남·여 국가대표팀 감독과 선수들이 지난 9일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왼쪽부터 차해원 여자 대표팀 감독, 김연경 선수, 문성민 선수, 김호철 남자 대표팀 감독. 진천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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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한 자리였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지난 9일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배구 남·녀 국가대표팀 기자회견. 세계적인 배구 스타 김연경(30)이 이끄는 여자 대표팀에 반해 남자 대표팀은 선수들의 무게감이나 최근 국제 대회 성적이 떨어졌다. 국제배구연맹(FIVB)에 따르면 한국 여자 대표팀의 세계랭킹은 10위이지만 남자팀 세계랭킹은 21위에 머물러있다.

오는 15일부터 시작되는 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남·녀팀 모두 참가하지만 처항 상황은 다르다. 네이션스리그는 남·녀부 총 16개팀이 참가하는데, 12개팀은 ‘핵심팀’, 4개팀은 ‘도전팀’으로 구분돼 있다. 대한배구협회에 따르면 12개 핵심팀은 2024시즌까지 네이션스리그에서 경기를 치르지만 나머지 4개의 도전팀 중 한 자리는 매 시즌마다 바뀔 수 있다. 도전팀 4개팀 중 최하위 팀은 하위 대회인 차기 시즌 챌린저컵으로 내려가고, 그 빈 자리는 챌린저컵 우승팀이 채운다. 일종의 ‘승강제’가 벌어지는 식이다.

한국 여자팀은 여자부 12개 핵심팀 안에 들었는데, 남자팀은 4개 도전팀 중 한 팀이다. 그래서 남자팀은 올 시즌 네이션스리그 성적을 허투루 낼 수 없다. 월드리그 2그룹에 속하는 동안 만나지 못했던 강팀들과 대결하는 좋은 경험을 쌓아야 하지만 성적에 대한 부담도 여자부보다 더 크다. 기자회견에서도 김호철 감독과 주장 문성민(32·현대캐피탈)은 “최하위를 기록하면서 탈락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남·녀팀의 차이는 또 있다. 여자부에는 이효희(38·한국도로공사)를 비롯해 리베로 김해란(34·흥국생명)·임명옥(32·도로공사), 센터 김수지(31·IBK기업은행) 등 베테랑과 라이트 나현수(19·대전용산고), 센터 박은진(19·진주선명여고) 등 고등학생 유망주들이 함께하고 있다. 지난 시즌 V리그 신인왕 센터 김채연(19·흥국생명)에 세터 이원정(18·도로공사)까지 한국 배구의 미래를 짊어질 선수들이 김연경 같은 ‘언니’들과 함께 할 자리가 마련됐다. 김연경은 “다들 잘 지내고 있다. 함께 치킨을 시켜먹거나 노래방에 가서 단합을 다지고 있다”며 팀워크를 다져가는 과정도 밝혔다.

남자팀에도 1999년생 임동혁(19·대한항공)이 엔트리에 올라와있긴 하지만 세대교체 가능성이 여자팀만큼 뚜렷하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여자부보다 성적을 내야한다는 부담감도 크거니와 여자배구에서 ‘제2의 김연경’ 칭호를 받는 선수들이 부족한 현실 탓이다.

김호철 감독은 “2주 동안 유망주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했다”며 “2m가 넘는 선수들이 우리나라에서도 배구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흐뭇하기도 했지만 계속 같이 훈련할 수 없던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문성민은 “남자팀이 현재 침체기인 건 맞지만 이것도 그저 하나의 과정일뿐이라고 생각한다”며 “네이션스리그를 치르고 나면 대표팀에 대한 선수들과 구단의 시선이 바뀌지 않을까 기대해본다”고 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