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전남 목포신항에 입항한지 사흘째인 지난 2일 오후 작업자들이 펄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목포 | 김창길 기자

세월호가 전남 목포신항에 입항한지 사흘째인 지난 2일 오후 작업자들이 펄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목포 | 김창길 기자

세월호 선체가 옮겨진 전남 목포신항에는 선체 수습과 조사를 담당하는 두 조직이 있다.

수습은 범정부기관인 ‘세월호 현장수습본부’(수습본부), 조사는 독립기관인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체조사위)가 각각 담당하고 있다. 수습본부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핵심 절차인 선체조사를 맡은 선체조사위를 지원하는 관계지만 이들의 공생이 평화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수습 과정이 선체조사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두 기관의 역할을 두고 갈등이 비화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꾸려진 수습본부는 지난 2일 정례브리핑에서 “세월호 좌현 선미 램프 부분 구멍에 매달려있던 굴착기와 승용차 각 1대를 절단했다”고 밝혔다. 수습본부는 이 작업을 선체조사위에 통보하지 않고 진행했다. 브리핑에서 기자들이 이유를 묻자 이철조 수습본부장은 “그 과정에서 선체조사위에 미처 통보를 못한 점, 아쉽게 생각한다”고만 했을뿐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수습본부는 펄 제거 작업 인원의 안전을 위해서 실행했다는 입장이지만, 선체조사위는 정확한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최대한 선체를 인양 당시 상태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수습본부와 선체조사위 사이의 이견은 세월호 선체 내 평형수 탱크 보존 여부를 두고도 발생했다. 수습본부는 이미 바닷물이 섞였다며 세월호의 육상거치를 원활히 하려면 평형수 탱크를 비워야 한다고 한다. 반면 선체조사위 일각에서는 증거조사를 위해 탱크를 최대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수습본부와 선체조사위 간 엇박자는 어느정도 예견된 측면이 있다. 선체조사위의 법적 근거인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등에 선체조사위와 수습본부의 역할이 분명하게 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별법 5조에는 선체조사위의 역할을 ‘인양돼 육상 거치된 세월호 선체조사’, ‘세월호 선체 인양 과정에 대한 지도 점검’, ‘미수습자 수습, 세월호 선체 내 유류품 및 유실물 수습과정에 대한 점검’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부분을 보면 선체조사위의 역할은 선체조사이고, 수습은 범정부 수습본부가 하되 선체조사위가 ‘점검’을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선체 수습이 선체조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선체조사위와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 및 유가족들은 선체 절단을 비롯한 선체의 변형을 최소화하길 바라지만 수습본부 등 정부 측은 효율적인 미수습자 수습과 선체조사를 위해서는 절단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쟁점은 선체조사위가 수습 과정에서 수습본부보다 우선권을 갖고 있느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야당 측 관계자는 “선체 수습을 포함한 선체조사 관련 과정에 대해 선체조사위회의 ‘우선권’을 특별법에 넣으려고 했지만 자유한국당 등 구 여권에서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 실제로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구 여권도 세월호 선체조사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정부 외 기관에 큰 권한을 주는걸 달갑지 않아한다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듯 수습본부는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법률(특별법)에 따른 규정이 (조사위의 수습 관련 역할은) 점검으로 돼 있다. 유추해석은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미수습자 수습의 1차적 집행기관은 중앙정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선체 수습 과정에서의 주도권을 정부가 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선체조사위 측은 ‘국가기관 등은 (선체조사)위원회의 요청이 있는 경우 조사에 필요한 편의제공 등을 포함한 업무수행에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는 특별법 34조를 바탕으로 수습본부에 협조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둘 사이의 갈등은 향후 계속될 여지가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