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태형 감독.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김태형 감독. 이석우 기자 

지난 1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두산-삼성전에서 진풍경이 벌어졌다. 경기 도중 두산 김태형 감독이 포수 양의지를 불러 꾸짖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사건은 이랬다. 7회말 시작과 함께 바뀐 투수 곽빈의 공을 받아주던 양의지가 홈플레이트 가운데 낮게 들어오는 공에 몸을 피했다. 양 옆으로 빠진 공은 아니어서 포수가 받거나 막을 수 있어 보였다. 그러나 양의지가 이 공을 피하면서 포수 뒤에 섰던 구심이 공을 그대로 맞을 뻔했다.

마침 양의지는 직전 7회초 공격 때 구심의 볼 판정에 수긍할 수 없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초구 바깥쪽 스트라이크가 많이 빠졌다며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양의지는 “순간적으로 공이 안보였다”고 해명했지만, 앞선 상황을 고려해보면 연습 투구때의 양의지의 모습은 판정에 대한 불만으로 읽혔다.

경기 후 두산 김태형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김 감독은 “경기 중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에 불만을 품어봐야 득되는 게 없다”며 “올 시즌 스트라이크존이 양 옆으로 넓어진 것 같길래 주의하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8-1로 크게 이겼는데도 모든 선수들을 따로 소집해 같은 내용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이미 주장 오재원이 한번 나서서 스트라이크존에 대해 의사 표시했으면 됐다”고도 했다. 오재원은 지난 3일 잠실 LG전에서 볼 판정에 대한 불만을 심판에게 표했다는 이유만으로 퇴장당했다.

두산 양의지. 구단 제공


(사진 = 두산 베어스 제공)

사실 김 감독이 양의지를 따로 부른 건 양의지만을 겨냥한 건 아니었다. 자신이 양의지를 다그치는 듯한 모습을 심판들도 보길 바랐다. 그러다보니 경기 중 선수를 공개된 곳에서 혼내는 모션이 나왔다. 김 감독은 “베테랑 선수를 혼낼거면 감독실로 따로 불러서 한다. 공개된 장소에서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사건이 이슈가 되면서 김 감독은 어느정도 뜻을 이뤘다. 올 시즌 초반부터 양의지는 젊은 투수들을 노련하게 리드하고 더그아웃에 낀 공을 일부러 빼지 않아 상대의 추가 진루를 막는 등 영리한 모습을 여러차례 선보였다. ‘여우 같은 곰’의 모습이 현역 시절 수비와 선수장악력이 뛰어났던 김태형 감독을 닮았다.

그래도 양의지의 감정이 상하지 않았을까. 경기 후 김 감독은 따로 양의지에게 모바일 메신저로 ‘힘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양의지로부터 감사하다는 내용의 짧지 않은 답장을 받았다. 지난해보다 약해진 전력에도 가장 먼저 시즌 10승을 거둔 두산의 저력이 느껴지는 듯 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