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민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에는 친박 지지자 1000여명이 몰렸다. 박 전 대통령은 4년 넘게 연을 끊고 살았던 동생 박지만 EG 회장(62)과 눈물의 재회를 했다. 

전날부터 친박 지지자 50여명은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밤을 새웠다. 이들 중 일부는 아침이 되자 “구속 반대”를 외치며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한 지난 21일과 마찬가지로 자택 앞 도로에 앉거나 눕다가 경찰에 들려나갔다. 이 광경을 본 친박 지지자들은 “이게 나라냐” “폭력경찰 물러나라”고 소리쳤다. 

친박 지지자들과 취재진 간 갈등도 격화됐다. 지지자들이 기자들에게 신분 증명을 요구하거나 친박계 의원에 대한 접근을 막았다. 기자들은 이에 반발했다. 지지자들과 취재진이 서로 흥분하며 말다툼하다 60대 남성이 기자에게 커피를 들이부어 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지지자들은 연신 “구속 반대” “영장 기각” 등을 외쳤다. 오전 10시쯤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 장소인 서울중앙지법으로 이동할 때 이용할 차량들이 자택 앞에 위치하자 “박근혜 대통령” 연호가 터져나왔다. 

이날 박 전 대통령 자택에는 자유한국당의 최경환·조원진·윤상현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이 대거 방문했다. 2013년 2월25일 18대 대통령 취임식 이후 박 전 대통령을 만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동생 박지만 회장도 아내 서향희 변호사와 함께 자택에 들어갔다. 자택 안에서 만난 박 회장 부부와 박 전 대통령은 눈시울을 붉힌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10시9분 박 전 대통령은 짙은 청색 바지 정장 차림으로 나와 최경환 의원 등에게 목례를 한 뒤 검은색 에쿠스 리무진 차량에 탑승했다. 박 전 대통령을 태운 차는 봉은사로를 지나 사평대로, 서울성모병원 사거리를 거쳐 출발 11분 만에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다.

박 전 대통령이 자택을 떠난 뒤 일부 지지자들은 친박계 의원들과 박 회장을 붙잡고 “우리 대통령님 좀 살려주세요”라며 울었다. 

조원진 의원은 “마음이 아프지만(박 전 대통령이) 곧 풀려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과 다른 친박계 의원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