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언론사 취재차량이 들어서자  흥분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를 막기 위해 바닥에 드러누워 “나를 밟고 지나가라”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이준헌 기자

14일 오후 서울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언론사 취재차량이 들어서자 흥분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를 막기 위해 바닥에 드러누워 “나를 밟고 지나가라”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이준헌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이 탄핵 반대 시민들의 폭력성이 표출되는 ‘해방구’가 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커진 실망감과 분노가 현장의 취재진·경찰뿐 아니라 다른 참가자들에게 거친 언행과 폭력으로 발현되고 있다.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에는 탄핵 반대 시민들 10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 자택의 벽돌담에 장미꽃과 태극기, 응원 문구를 쓴 포스트잇을 붙였다. 자택 인근 도로에 ‘박근혜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누명탄핵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있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15여명은 전날부터 노숙하며 자택 앞을 지켰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취재기자들과 현장을 지나는 20~40대 시민들을 향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보니까 우리한테 늙은이라 하는데, 너희도 늙어 종북들아”라고 외쳤다. 또 고성을 자제하는 탄핵 반대 시민들을 향해 “너도 좌파냐”는 말이 오갔다. 

전날에는 취재진과 경찰관을 폭행한 60대 남성 2명이 폭행·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불구속 입건됐다. 이날 오후엔 경찰에 연행된 사람은 없었지만 여성 2명이 자택 앞 도로에 드러누웠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버스를 탈취하고 파출소 앞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이려하는 등 지난 10·11일 양일간 친박단체들의 불법행위 21건으로 16명이 조사를 받았다.

이날 오전에는 박 전 대통령의 헤어·메이크업을 담당하며 세월호 참사 당일 올림머리를 한 정송주·매주 자매가 박 전 대통령 자택에 들어갔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 김평우 변호사도 돌연 자택을 방문했지만 사전 약속을 하지 않아 발길을 돌렸다. 김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당신들이 질문할 권리가 없고 나는 답변할 의무도 없다”고 외쳤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소란으로 인해 자택 옆 초등학교는 전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안전한 등·하교를 위한 협조사항’을 담은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친박단체들은 ‘박근혜지킴이결사대’라는 명칭으로 강남경찰서에 다음달 12일까지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노도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노도현 기자


윤승민·노도현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