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인양된 세월호 상태는

<b>완전히 떠오른 세월호</b> 26일 전남 진도군 앞바다에서 왼쪽으로 넘어진 채 인양돼 반잠수식 선박 위에 실린 세월호에서 바닷물 빼내기와 남은 기름 제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진도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완전히 떠오른 세월호 26일 전남 진도군 앞바다에서 왼쪽으로 넘어진 채 인양돼 반잠수식 선박 위에 실린 세월호에서 바닷물 빼내기와 남은 기름 제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진도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26일 오전 11시20분쯤, 전남 진도군 쉬미항을 출발한 전남도 어업지도선 ‘전남201호’에서 바다 위에 뜬 파란 물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흐릿하던 선체는 2㎞ 가까이 다가가서야 또렷이 드러났다.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마린호의 주황색 갑판 위에 올려진 세월호였다.

세월호는 재킹바지선의 인양과 반잠수식 선박 거치를 거쳐 지난 25일 오후 9시15분쯤 전체 모습을 드러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이틀 만인 같은 달 18일 선체가 바닷속으로 완전히 잠겼으니 2년11개월하고도 일주일이 더 지난 1075일 만에 물 위로 완전히 떠오른 것이다.

[세월호 인양]잘려나간 굴뚝·매달린 차량…‘3년 상흔’은 아프고 깊었다

세월호는 앞서 24일 작업 때도 선체를 해수면 위 13m 높이까지 드러냈지만 9m 정도는 해수면 아래 잠겨 있는 상태였다. 불과 9m를 올리는 작업이었지만, 완전 인양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인양업체 상하이샐비지 재킹바지선은 24일 밤 12시 세월호 선체를 계획한 위치인 화이트마린호 위에 가까스로 정위치해 올려놨다.

허용된, 가장 가까운 거리인 500m까지 가서 원을 그리며 돌아본 세월호는 3년 전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상흔투성이였다. 파랗게 칠해졌던 세월호 바닥에는 녹이 슬고 칠이 벗겨져 생긴 붉은 얼룩과 회색 얼룩이 가득했다. 바닥 선미 측에 위치한 방향타도 정면이 아니라 우현 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침몰 이후 회전을 멈췄을 스크루에도 진흙이 묻어 있는 듯 회색 얼룩이 가득했다.

바지선이 당초 들어올렸을 때는 볼 수 없던 좌현의 모습도 일부 드러났다. 해저면에 오랫동안 박혀 있어서인지 우현보다 검은 얼룩이 더 많았다.

세월호가 정확히 우현을 하늘로 향한 채 90도 왼쪽으로 누워 있었기 때문에 3년 가까이 볼 수 없던 갑판도 보였다. 갑판을 보니 우현에 비해 크게 훼손된 좌현의 모습이 보였다. 좌현 선수에는 큰 금이 두 줄 그어져 있었다. 칼날을 좌현 선수부터 들이밀어 중심부까지 집어넣은 듯한 금이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선수들기를 처음 시도하다 중단했을 때 생긴 금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6월 세월호 선수들기 과정에서는 선수에 매단 5개의 와이어 중 2개가 위아래로 흔들리는 너울성 파도로 선체 갑판부 두 군데에 약 6.5m, 7.1m 길이로 파고든 바 있다.

갑판에도 바닥처럼 녹이 슨 듯한 붉은 얼룩이 보였다. 객실 위에 튀어나와 있던 굴뚝이 있던 자리에는 잘린 듯한 흔적만이 남았다. 우현 갑판은 녹이 슨 흔적이 있을 뿐 형태는 남아 있던 반면, 좌현 쪽 갑판은 해저면으로 내려갈 때 충격을 받은 듯 객실 방향으로 움푹 들어갔다.

어업지도선에 구비돼 있던 쌍안경으로 살펴보니 좌현 쪽에는 갑판을 둘러싼 흰색 철제 울타리도 잘려 있거나 찌그러져 말려 있었다. 승객들이 객실에서 갑판으로 나와 바닷바람을 맞기 위해 기댔을 수도 있는 울타리다.

시선을 선미로 돌리니 우현과 달리 좌현에는 램프(차량 및 화물 진입로)가 없었다. 지난 24일 선체 인양과 반잠수식 선박 거치를 위해 필요하다며 절단됐기 때문이다. 램프가 잘려 생긴 구멍에 무언가가 삐져나온 것이 보였다. 쌍안경으로 살펴보니, 해치백 승용차 1대와 소형 굴착기 1대의 뒷모습이었다.

해수부 측은 “미수습자들은 화물칸이 아니라 객실에 있었기 때문에 이들과 사망자들 유품 등은 유실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화물이 있을 D데크가 아닌 A데크, B데크의 창문들에 주로 창문보다 조금 큰 유실방지망을 설치해 놓았다. 가장 많은 창문이 있을 세월호 선체 옆면은 해상에선 보이지 않았다. 다만 갑판 조타실 등 창문에 유실방지망이 설치된 건 보였다. 설치가 안됐는지, 떨어져 나갔는지 유실방지망이 없는 창문 하나도 눈에 들어왔다.

<b>쏟아져 나온 차량</b> 26일 세월호에서 출입문, 창문, 구멍 등으로 바닷물과 남은 기름을 빼내는 작업이 진행된 가운데 선미 왼쪽 램프(화물 진입문) 밖으로 승용차와 굴착기가 걸려 있다.  진도 | 사진공동취재단

쏟아져 나온 차량 26일 세월호에서 출입문, 창문, 구멍 등으로 바닷물과 남은 기름을 빼내는 작업이 진행된 가운데 선미 왼쪽 램프(화물 진입문) 밖으로 승용차와 굴착기가 걸려 있다. 진도 | 사진공동취재단

세월호는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마린호에 실린 채 선체 내의 바닷물과 기름을 빼고 목포신항으로 이동할 준비를 마쳤다. 인양작업 도중 적지 않은 기름이 흘러나와 중국과 해양경찰에서 나온 방제선 3척이 흰 물결을 세차게 뿜어내며 방제작업을 벌였다.

세월호의 배수작업 등이 원활히 진행되면 28일쯤에는 목포신항으로 출발할 것으로 보이며, 29일쯤엔 목포신항에 도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화이트마린호의 출발 전 미수습자 가족들이 이곳을 방문해 간단한 추모 행사가 열릴 수도 있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가족들은 별도의 배를 타고 세월호가 가까이 보이는 인근 해상에서 추모 행사를 가질 가능성도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