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박, 의혹엔 허황된 이야기·카더라·소문으로 규정
ㆍ여론 악화에도 명확한 해명 없이 ‘사과의 말’만

<b>발길 멈추고 지켜보는 시민들</b> 21일 서울역을 찾은 시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 출석 장면을 TV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발길 멈추고 지켜보는 시민들 21일 서울역을 찾은 시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 출석 장면을 TV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의혹을 인정하진 않고 그저 ‘송구’와 ‘죄송’의 연속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처음 불거지고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할 때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발언을 모아보면 그렇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25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자 1차 대국민담화를 했다. 이날은 최순실씨 소유의 태블릿PC에 대통령 해외순방 및 정부 인사 자료 등 청와대 내부 문건이 담긴 사실이 보도된 다음날이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일정 기간 (최씨에게)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물은 적이 있으나 보좌체계 완비 후에 그만뒀다”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혹이 더 커지자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4일 2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이날도 박 전 대통령은 “이 모든 사태는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이라며 “최씨 관련 사건으로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국민들 마음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이 들 정도’ ”라는 발언도 이때 나왔다. 그러나 자신의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담화 도중 보인 눈물과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리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등 감정에 호소하는 발언을 두고 ‘동정론 유발’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29일 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저의 큰 잘못”이라며 “사건에 대한 경위는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히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세 번의 담화를 거치면서도 취재진의 질문은 전혀 받지 않았다. 지난해 12월6일에는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을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와 만나 “국민 여러분과 의원님들께 두루두루 죄송스럽고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 있다”는 뜻을 전했다.

결국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했고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면서 공개석상에 나서지 못했다. 그러다 새해 첫날인 1월1일 청와대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깜짝 간담회를 열어 다시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상황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제 할 것은 다했다”고 밝혔다. 삼성의 미르·K스포츠 재단 지원금의 대가성, 최씨의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 “완전히 나를 엮은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월25일에는 인터넷 방송인 정규재TV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대통령직 파면 전 마지막 공개 발언을 했다. 그는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보답을 못해 죄송한 마음”이라면서도 꾸준히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서는 ‘허황된 이야기’ ‘카더라’ ‘아니면 말고 식의 소문’이라고 규정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나오면서도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했지만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21일 서울중앙지검 출석 때도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기된 의혹이나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 명확한 해명도 없이 사과의 말만 반복하는, 한 치도 나아가지 않는 모습이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