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친박 지지자들이 서 있다. 훈장을 연상케하는 차림의 남성과 얼굴에 태극기를 붙인 남성 등이 보인다. 윤승민 기자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친박 지지자들이 서 있다. 훈장을 연상케하는 차림의 남성과 얼굴에 태극기를 붙인 남성 등이 보인다. 윤승민 기자

한 때 지역 주민들의 민원 등으로 잠잠해졌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 앞이 검찰 출석일을 하루 앞두고 다시 소란스러워지고 있다.

20일 오후 1시쯤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는 밝은 연두색 두루마기와 정자관을 써 마치 훈장을 연상시키는 한 남성이 등장했다. 그는 붉은 머리띠를 두른 채 큰 소리로 국민교육헌장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충북 청주시에서 온 1947년생이라고 밝힌 이 남성은 “49년전 국민교육헌장에 ‘반공 민주정신에 투철한 애국애족이 우리의 삶의 길’이라고 돼 있다”며 박 전 대통령 탄핵과 탄핵 반대 세력에 대한 언론 보도를 비판했다. 이 남성은 매주 서울 광화문광장 등에서 열린 탄핵 찬성 집회에 참가해왔다고 한다.

같은 시간 바로 옆에서는 경기 성남시에서 온 박낙원씨(61)가 “죄송하다”며 박 전 대통령 자택을 향해 큰 절을 올렸다. 박씨의 이마와 양 볼에는 소형 태극기가 총 3개 붙어있는 상태였다. 옆에는 한 여성이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채 한 손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서 있었다. 목에는 ‘이 판결 원천 무효, 엉터리이기 때문에’라는 팻말을 끈에 매달아 목에 걸고 있었다.

지난 1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귀 때 가장 소란스러웠던 삼성동 자택 주변은 이후 지역 주민들과 인근 삼릉초등학교 학부모들의 민원이 잇따르면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경찰의 집회 제한 통고 이후 친박 단체들은 초등학생들의 등·하교 시간에 집회를 열지 않고 집회도 ‘침묵 시위’ 형태로 열겠다고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출석일이 다가오면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발길이 늘어나면서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6·17일만해도 오후 2시 기준으로 20~30명 정도였던 친박 지지자들의 규모가 이날 오후 2시에는 50여명으로 늘었다.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인근 삼성2동 주민센터 앞 인도변에서 친박 지지자들이 박 전 대통령의 무죄를 주장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윤승민 기자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인근 삼성2동 주민센터 앞 인도변에서 친박 지지자들이 박 전 대통령의 무죄를 주장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윤승민 기자

이날 오전에는 ‘대통령복권국민저항본부’라는 친박단체가 박 전 대통령 자택 인근 삼성2동 주민센터 앞 인도에서 탄핵 무효 집회를 열었다.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의 진행으로 열린 집회에 참가한 40여명은 “박근혜 대통령 무죄! 구속 반대!” 등을 주장했다. 노동당도 이날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는 시위를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했으나 취소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에는 이날 정장현 변호사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뿐 이를 제외한 변호인이나 정치인들의 등장은 없었다.

한편 박 전 대통령 자택 옆 삼릉초의 녹색어머니회 등 학부모 7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20분쯤 삼릉초 학생들의 등하교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어린이 보호구역 밖에서 집회를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오후 2시에는 안규삼 삼릉초 교장이 현장에 나와 “22일부터 박 전 대통령 자택 진입로와 맞닿은 후문을 등·하교 시간에 개방하겠다”며 “폴리스라인 설치 및 통학로 주변 경찰 배치 등을 강남경찰서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친박 지지자들은 “우리가 학생들을 내쫓지 않았다.” “(녹색어머니회 행진 참석자 일부는) 여기 주민 아니야, 외부에서 집회 하러 온 것이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인근에서 삼릉초등학교 녹색어머니 회 등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안전한 등하교를 보장하라며 행진하고 있다. 윤승민 기자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인근에서 삼릉초등학교 녹색어머니 회 등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안전한 등하교를 보장하라며 행진하고 있다. 윤승민 기자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