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자 알파인스키 대표 린지 본이 9일 평창 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애완견 루시를 안은 채 웃어보이고 있다. 평창 | AP연합뉴스

미국 여자 알파인스키 대표 린지 본이 9일 평창 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애완견 루시를 안은 채 웃어보이고 있다. 평창 | AP연합뉴스


“개회식에 꼭 참석하고 싶어요.”

‘스키 여제’ 린지 본(34·미국)에게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조금 특별하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부터 출전했던 본은 네번째 대회 평창 올림픽을 ‘마지막 올림픽’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개회식에 출전한 건 그간 2002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고 했다. 본은 9일 평창 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여자 알파인 스키 공식 연습이나 경기가 개막일에 열려 개막식을 볼 수가 없었다”며 “이번에는 일정이 개막식보다 늦게 잡혀있어 개막식에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은 “마지막 올림픽이니만큼 경기도 관람하고, 많은 것들을 경험해보고 싶다”고 했다.

본에게 있어 평창 올림픽은 부상 복귀 후 ‘재기의 장’이기도 하다. 2010 밴쿠버 올림픽 때 2관왕을 거머쥐었던 본은 다음 대회인 소치 올림픽엔 부상으로 빠졌다. 2013년 말 올림픽을 앞두고 출전한 국제스키연맹(FIS) 세계선수권과 월드컵 대회에서 무릎을 다쳤기 때문이다. 본은 “2013~2014 시즌을 포함해 3년 동안 재활에만 집중했다”며“지금도 훈련 전 몸을 풀 때는 무릎부터 풀게 된다”고 했다.

8년의 시간동안 본은 큰 부상을 당하고 남편과도 이혼했다.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이었지만 본은 그 시간을 통해 “정신적으로나 더 강한 선수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훈련과 대회 참가로 외로움을 느낄 때 친구가 된 애완견 루시도 만났다. 루시는 평창에도 함께 왔다. 본은 “장거리 비행을 거쳐야 해 걱정도 됐지만, 제 인생에 가장 중요한 이벤트에 꼭 함께 하고 싶어서 (루시와) 같이 왔다”고 말했다.

자신이 겪은 어려움을 당당하게 이야기하던 본도 할아버지 이야기가 나오자 눈시울을 붉혔다. 그의 할아버지는 본에게 스키를 처음 가르쳐준 사람이었고, 한국전쟁 참전 군인이기도 했다.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평창으로 결정됐을 때 본은 기뻐했다고 한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나 본은 할아버지와 함께 한국을 밟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 “할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하면 울 것 같다”던 본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본은 “비록 경기는 못보시겠지만 저에게 힘을 주실 거라 생각한다. 할아버지를 위해 경기를 잘 해내겠다”고 말했다.

본은 이번 대회에는 알파인스키 여자 활강, 슈퍼대회전, 복합 경기에 출전한다. 대회전 종목은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출전하기 어렵다”고 했다. 본은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다가도 올림픽에서 압박감을 견디지 못해 좋은 성적은 못내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며 “나는 세번째 올림픽인 밴쿠버 대회부터 압박감을 이기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재차 평창 올림픽이 ‘마지막’임을 강조하며 “커리어의 정점으로 삼고 싶다. 마지막인만큼 좋은 성적으로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