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 부탱(왼쪽에서 세번째)를 비롯한 캐나다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대표 선수들이 23일 평창 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평창 | 윤승민 기자

킴 부탱(왼쪽에서 세번째)를 비롯한 캐나다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대표 선수들이 23일 평창 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평창 | 윤승민 기자

킴 부탱(24·캐나다)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한국인들에게 이름이 새로 각인된 선수 중 하나다.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전에서 최민정(20·성남시청)이 실격처리된 와중에 부탱이 최민정을 밀친 듯한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혔기 때문이다.

부탱의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는 악성 댓글이 달렸다. 결국 부탱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나서 팬들의 자제를 부탁할 지경에 이르렀다.

2014 소치 올림픽에서 쇼트트랙 여자 500m 경기 도중 박승희와 부딪쳐 인터넷 상의 공격을 받았던 엘리스 크리스티(28·영국)가 연상됐다. 크리스티는 살해 협박을 동반한 공격에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했다. 메달도 따내지 못했다.

부탱은 달랐다. 500m 동메달 외에도 1500m 동메달, 1000m 은메달을 차례로 따냈다. 첫 올림픽 출전에 세개의 메달을 따낸 것은 분명 성과였다. 1500m 메달 시상식에서 만난 최민정과는 둘이서 손으로 하트를 만들며 앙금을 털어내려고도 했다.

부탱은 어떻게 자신의 마음을 다스렸을까. 23일 평창 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캐나다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팀 기자회견에서 부탱은 “우리 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부탱은 “팀 동료들이 내 방에서 기다리며 좋은 에너지를 전달해줬다”며 “다른 종목 선수들도 나에게 와줬다”고 했다.

쇼트트랙 팀의 최고참인 샤를 아믈랭(34)은 “선수들의 기분 상태가 어떻든 좋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킴(부탱)이 500m 경기를 마친 뒤 우리 팀의 힘을 봤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한데 뭉쳐서, 킴에게 용기를 줬다. 그리고 그가 들어야 할 말들만 얘기했고, 다른 데 신경쓰지 말고 다음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줬다.”

부탱은 결국 이어진 경기에서 앞선 경기에서의 벌어진 일을 딛고 좋은 기량을 선보였다. 18일 열린 여자 1500m 시상식에서는 최민정으로부터 “판정은 심판의 몫이고, 선수는 그저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한 역할인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부탱도 “상처를 입긴 했지만 화가 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부탱은 “경기 후 최민정의 눈이 슬픔에 잠겨있는 것을 봤다. 한국 사람들도 그렇게 느낀 것 같았다”며 “그 때 일이 왜 일어났는지 이유를 알 것 같다. 좋지 않은 일을 겪었지만, 대회를 통해 성장한 것 같다”고 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