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점프 노멀힐 최서우
ㆍ“본선 생중계될 줄 알았는데…쇼트트랙·아이스하키 시간대 주요 장면 편집 방송에 씁쓸 현장 관중들 보며 희망 느껴”

<b>하늘 날다</b> 최서우가 지난 10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핑센터에서 열린 평창 올림픽 스키점프 남자 노멀힐 개인전에서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평창 | 연합뉴스

하늘 날다 최서우가 지난 10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핑센터에서 열린 평창 올림픽 스키점프 남자 노멀힐 개인전에서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평창 | 연합뉴스


최서우(36·하이원)는 애써 웃었지만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0일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키점프 남자 노멀힐 본선을 마친 뒤, 최서우는 자신의 점프가 생중계되지 않았음을 알았다. 마침 그때는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임효준이 금메달을 따고,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첫 경기가 시작되던 순간이었다.

최서우의 경기 모습은 시차를 두고 ‘주요 장면’으로 편집돼 전파를 탔다. 하지만 오랜 시간 몸과 마음을 바쳐온 종목이 ‘비인기 종목’의 꼬리표를 떼지 못해 씁쓸한 것 같았다. “그래도 자국에서 올림픽을 하는데, 방송사 한 곳 정도에서는 중계를 해 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는 ‘영화 <국가대표>의 실제 주인공’이란 수식어가 거의 매번 따라붙는다. 불모지 한국에서 ‘비인기 종목’에 도전한 선수들의 이야기. 곧 영화가 됐고, 2009년 개봉해 주목을 받았다. 관심과 지원이 잇따르고 선수들의 실업팀이 생겼다. 하지만 그것도 그때뿐이었다.

스키점프는 여전히 비인기 종목이다. 대부분 아마추어 종목인 동계올림픽에서도 스키점프에 대한 관심은 떨어진다.

또 다른 스키점프 대표 김현기(35·하이원)는 지난 7일 대회 첫 공식 연습 뒤 “국내에 스키점프 대회가 너무 적다”며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관심이 없다. 전국동계체전 종목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들은 여러 동계 종목 실업팀을 운영한다.

동계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선수들을 자기 지역으로 전입시키고, 선수들은 지자체를 통해 지원받곤 한다. 반면 당장 메달이 나오지 않는 스키점프에 지자체가 관심을 기울일 가능성은 적다.

스키점프 대표들의 동계올림픽 최다 출전 타이기록은 역설적으로 대체자가 없기 때문에 나온 기록이기도 하다. 다시 올림픽에 도전하는 고참들은 스키점프의 저변이 확대돼 더 많은 선수가 나오길 바라고 있었다. 김현기는 “대표 선발전에 나를 제치는 후배가 나온다면, 내가 탈락해도 기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서우 또한 “2022 베이징 올림픽에 도전하고 싶다”면서도 “후배들과 같이 올림픽을 바라보면서 경쟁하면 더 좋겠다”고 했다.

최서우는 “추운 날씨에도 현장에 와서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들께 감사하다. 이 말은 꼭 써달라”고 말했다. 소감을 밝히는 그 순간, 등 뒤로 보이는 관중석에 사람들이 가득 찬 것이 보였다. 많은 이들의 관심 덕에 스키점프 선수들이 지원받고 저변도 넓어졌다는 것을 알기에,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최서우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