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각 팀이 비교적 공정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마련해뒀다. 사치세로 불리는 ‘경쟁균형세’와 ‘수익 분배 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사치세는 팀 연봉 총액을 비롯한 구단의 지출액이 일정 기준을 넘을 때 해당 구단이 내는 돈이다. 기준액은 선수들의 계약 규모가 점점 커지는 것을 반영해 매년 증가한다. 2018시즌 기준액은 1억9700만달러, 2019시즌은 2억600만달러다. 각 팀은 지출액 중 기준액 초과분에 일정 세율을 곱한 돈을 MLB 사무국에 내야 한다. 세율은 사치세를 연속해 내는 기간이 길수록 높아진다. 사치세는 사무국 운영비나 선수 복지 기금 등에 쓰인다.

균형발전을 위한 메이저리그의 여러 장치들

수익 분배 제도는 각 구단들의 수익 일부를 일괄적으로 모아 전 구단에 균등하게 나누는 제도다. 입장 수입 및 중계권료 등으로 벌어들이는 수익 중 34%를 역시 MLB 사무국이 운영하는 ‘중앙 기금’에 내면, 이를 모든 구단에 균등하게 나눈다. 수입이 평균보다 상위인 구단은 MLB에 낸 돈보다 적은 돈을 받게되고, 하위 구단은 낸 돈보다 많은 돈을 받는다. 규모가 큰 ‘부자 구단’들에게 재정적으로 부담을 줘 부자 구단만이 좋은 성적을 내는 상황을 막자는 취지다. 대도시 연고의 구단은 많은 수입과 함께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되고 더 쉽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오클랜드의 ‘머니볼’처럼 작은 구단들이 큰 구단을 이기려는 방법들을 썼지만, 큰 구단들이 같은 방법을 차용하면 금세 경쟁력을 잃었다.

구단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스몰마켓 구단이 수익 분배를 받기 위해 일부러 투자를 꺼리게 만든다는 지적도 있지만 리그 균형은 프로스포츠 산업 생존이 달린 문제라는 데 뜻을 모은 결과다. 미국프로풋볼(NFL)은 더 강력한 장치를 사용한다.

다만 이 제도는 투명한 연봉 공개가 전제 조건이다. 메이저리그는 각 선수의 계약서를 선수노조가 검수하는 방식으로 연봉 투명성을 담보한다. KBO리그 역시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고액 연봉 FA·외국인 선수의 ‘다운계약서’ 관행이 먼저 사라져야 한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