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헌재 증인 출석 김종 전 차관 “충격 받았다” 증언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56·구속 기소)은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61·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씨(21)를 직접 언급하며 체육계 영재 프로그램 마련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23일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온 김 전 차관은 “이런 선수(정씨)에 대해 부정적인 보도(‘공주 승마’ 의혹)가 나오는 게 안타깝다. 정씨 같이 재능있는 선수를 위해 영재 프로그램을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대통령의 말씀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은 또 “직접 (박 대통령으로부터) 정씨에 대한 말을 들어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증인으로 나온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48)은 최씨가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기록을 수정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가끔 최씨와 회의하러 최씨의 사무실에 가면 최씨가 국무회의 기록으로 보이는 것들을 자신의 컴퓨터로 작업하는 것을 봤다”며 “대통령 연설문인지도 모르겠으나 저는 국무회의 기록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차 전 단장은 최씨가 특정 휴대전화로 박 대통령과 전화를 했다는 취지로도 증언했다. 그는 “최씨가 특정 휴대전화로 전화가 오면 함께 회의하던 사람들을 나가라고 하거나 본인이 전화를 받으며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고 했다. 차 전 단장은 “사무실이 조용했기 때문에 통화 목소리가 다 들렸는데, 내 느낌으로는 (상대방 목소리가) 박 대통령이라고 생각했다”며 “최씨가 대통령과 관계가 깊은 분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차 전 단장은 지난해 10월 교체된 김성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최씨의 추천을 통해 청와대에 입성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2014년 말∼2015년 초 최씨가 자신에게 김 전 수석의 프로필을 보여주면서 아느냐고 물어봤으며, 직접 만나 정치적 성향이 어떤지, 홍보수석을 맡을 의향이 있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측은 이날 차 전 단장에게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와 최씨가 내연관계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도 거듭 던졌다. 이는 최씨의 범행을 폭로한 고씨의 진정성을 흔들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도 이날 증인으로 나와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이 기업들의 자발적 모금’이라고 거짓 주장한 것이 청와대 지시였다며 그 이유에 대해 위증죄로 처벌받는 것보다 청와대 요청이 더 무서웠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곽희양·윤승민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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