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법원, 최씨·안종범 공판



미르재단이 지난해 사업을 추진하면서 김형수 당시 이사장과는 한 차례도 회의를 하지 않았으면서 최순실씨(61)와는 수시로 회의를 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최씨가 ‘이사장’ 역할을 한 것이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사진)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한선 전 미르재단 상임이사(59)는 “테스타로싸(최씨가 운영하던 카페)와 그 근처 사무실에서 최씨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김성현 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과 함께 만나 미르재단에 관련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회의에서 ‘에콜 페랑디와의 제휴사업은 어떻게 되어가느냐’ ‘개도국 아동 영양식을 개발하라’ ‘플레이그라운드(최씨 측 광고대행사)가 일을 할 수 있게 하라’ 등의 말을 했다고 이 전 이사는 말했다. 에콜 페랑디는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프랑스 요리학교이고 개도국 아동 영양식은 지난해 5월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때 소개된 사업이다. 미르재단은 최씨의 지시에 따라 견적서 등을 검토하지도 않고 플레이그라운드와 용역계약도 체결했다. 반면 “김 이사장과 함께 회의를 한 적은 없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이 전 이사는 “없다”고 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과 최씨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도 나왔다. 이 전 이사는 “차 전 단장, 김 전 사무부총장과 이대를 찾아가 총장실에서 최 전 총장과 식품영양학과 교수들을 만났다”며 “차 전 단장으로부터 최씨와 최 전 총장과 함께 63빌딩에서 만났다는 말도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최 전 총장이 미르재단 사업을 직접 협의하고 학교 밖에서도 최씨를 만났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날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17권 전체를 증거로 채택했다. 안 전 수석 측은 열람만 하고 돌려준다는 검찰의 약속을 받고 보좌관 김모씨를 통해 수첩을 제출했는데, 검찰이 김씨의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으로 수첩까지 가져간 것은 위법이라며 11권은 증거로 채택하면 안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