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구치소로 가기위해 서울 서초동 중앙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

18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구치소로 가기위해 서울 서초동 중앙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

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이 하루를 보낸 곳은 삼성전자 서초사옥이 아니었다. 아침부터 특검으로 나온 그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고, 오후 3시쯤부터 밤 늦은 시각까지 서울구치소에서 영장 결과를 기다렸다. 국내 취재진은 물론 외신들도 이 부회장의 하루에 주목했다. ‘경제 대통령’으로도 불리는 이 부회장에게는 가장 길었던 하루다.

이 부회장은 오전 9시15분쯤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에 변호인과 함께 도착했다. ‘여전히 본인이 대통령 강요의 피해자라고 생각하느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는 이 부회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보통 체포되지 않은 피의자는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법원 앞에서 검찰 수사관을 만난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원칙대로 특검에 출석하라고 요구받아 이곳으로 왔다.

특검사무실로 들어가고 18분 뒤 이 부회장이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출석 때와 마찬가지로 취재진의 질의에 한 마디도 않고 특검 관계자 등과 함께 차량에 올랐다.

영장심사가 예정된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56분. 출입구에는 취재진 100여명이 그를 기다렸다. 이 부회장은 이번에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은채 서관 319호 법정으로 향했다. 법정 앞에는 10명이 넘는 법원 방호원들이 통제선을 치고 관계자 외의 진입을 막았다.

오전 10시30분 열린 영장심사가 시작됐다. 이 부회장 측에서는 송우철 변호사(55)와 문강배 변호사(57) 등 5명이 나왔다. 송 변호사는 법원 내 ‘엘리트 코스’인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을 밟은 판사 출신이다. 변호인들은 이 부회장이 공갈의 피해자이지 지원금 430억원은 대가를 바란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 등은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직접 요청한 일을 거부할 경우 경영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지원을 결정한 것이다. 강요·공갈 피해자다”라고 했다. 이밖에 매출 300조원가 넘는 국내 1위 기업의 총수가 구속될 경우 초래될 경영 공백, 투자·고용 차질, 국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등을 열거하며 불구속 수사가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검 측에서는 양재식 특검보(52)와 김영철 검사(44) 등 4명이 출석했다. “이 부회장의 혐의를 소명할 물증과 관련 진술이 충분하며 증거인멸 우려와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하면구속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430억원이라는 뇌물공여 액수가 역대 최대이며 그 수혜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점,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로 인해 국민연금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평가손실을 본 점 등을 거론했다.

특검은 최순실씨(61)가 독일에 세운 페이퍼컴퍼니 코어스포츠(비덱스포츠 전신)와 맺은 213억원대 컨설팅 계약, 평창동계올림픽 이권 개입을 위해 기획 설립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16억원대 후원, 미르·K스포츠재단의 204억원대 출연금 등을 모두 대가성 있는 뇌물이라고도 했다.

3시간40분에 걸친 치열한 공방은 오후 2시10분에 끝났다. 영장심사를 마친 이 부회장은 취재진의 질문을 피해 특검 차량에 탑승해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당초 특검 사무실에서 대기하려 했지만 법원은 ‘특혜로 비춰질 수 있다’며 원칙대로 서울구치소로 인치 장소를 결정했다. 서울구치소에 도착한 이 부회장은 입감 절차를 밟은 뒤 수의를 입었다. 삼성 총수 일가에서 처음으로 구치소에서 식사를 하고, 수의를 입은 채 하루를 보내고 있다.

김경학·윤승민·박광연 기자 gomgom@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